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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시 Oct 30. 2022

일주일에 한 번만 해도 1년이면 52번

일주일에 한 번, 글 쓰는 시간 지키기


일요일에는 가능하면 아무 약속을 잡지 않고 외출을 해도 가능하면 오전 중에 들어오려고 한다. 오후 두 시 반이 되면 미리 설정해둔 알람이 울린다. ‘일요일의 글쓰기’라는 단어가 애플 워치에 뜰 때, 나는 이미 글을 쓰기 시작한 상태다.


‘일요일의 글쓰기’는 2020년 6월부터 시작한 습관이다. 계기는 인터넷에서 본 ‘목요일의 글쓰기’였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글을 쓰자는 마음을 담아 직장 동료들끼리 목요일마다 모여 글을 쓴 것을 시작으로 몇 년 동안 그 습관을 가져가는 사람을 보며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글쓰기 습관을 만들고 싶었던 친구가 있어 같이 해보자고 얘기했고 우리는 일요일을 글 쓰는 날로 잡았다. 몇 달간 일요일마다 동네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고, 각자 가져온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렸다. 사는 곳이 달라진 후로 글쓰기 모임은 흐지부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일요일마다 글을 쓴다.


처음엔 둘이서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날이 일요일뿐이어서 일요일에 글을 썼지만, 굳이 요일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지금도 일요일마다 글을 쓴다. 일요일이 글쓰기 적당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한 주를 끝마친다는 느낌으로 일요일은 가능한 소음 없이 보내는 편인데, 글을 쓰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지난 한 주를 돌아보기 좋다. 



매일 글을 쓰고 싶지만 ‘매일’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거워 포기하는 사람에게 일주일에 한 번은 적당한 횟수처럼 느껴진다. 일주일에 한 번이 적다 싶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한 번씩 쓰는 글도 1년을 모으면 52편이 된다.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주기적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면 사흘에 한 번 쓰는 것도 가능해지고 그 습관 근육을 이용해 다른 습관을 쌓을 수도 있다.


글은 일요일에 쓰지만 사실상 한 주 전체를 글을 위한 준비 시간으로 보낸다.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들여다본다고 글이 잘 써지지 않음을 잘 알기에 평소에 주변을 관찰하며 무엇을 글감으로 만들지를 생각한다. 어딜 돌아다닐 때마다 작은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고, 생각나는 사소한 이야기를 종이에 적는다.


글감이라고 해도 대단한 건 없다. 주변에 있는 것에 관심을 쏟고, 좋아하는 것을 글로 끌어올 준비를 하면서 도리어 내 삶에 관심이 생기고, 좋아하는 것을 더 확실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 마음을 글로 옮겨 적으면 그만이다. 처음엔 서툰 게 당연하다. 잘 쓰려는 마음 없이 글을 끝까지 쓰는 것에만 집중한다. 


글을 쓰는 연습은 내 삶을 잘 닦아가는 과정과 같다. 쓰면 쓸수록 선명해지고 반짝거린다. 더 잘 표현하고 싶다면 더 많이 쓰면서 단어를 고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 다른 쓰기 욕구로 이어지는 쓰기다.



재밌게 본 영화, 맛있게 먹은 음식, 한 주간 나를 오래 사로잡은 것들이 일요일의 글쓰기의 단골 글감이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질문을 던진다. 그 영화가 왜 재밌었지? 나는 언제부터 이 음식을 좋아했지? 그 이야기는 왜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 소재를 향한 질문은 나를 위한 답으로 나온다. 그 이야기를 갈무리해 글을 끝내면 일요일도 끝이 난다.


2022년 10월까지 총 122편의 글을 썼다. 딱 한 편, 썼지만 공개하지 않았던 날을 제외하고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지각한 적도 많았지만 겨우 만든 습관을 망치기 싫다는 마음으로, 형편없는 글이라도 한 주가 지나기 전에 썼다. 매일 쓰는 게 어려워 정했던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습관은 나를 계속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나의 짧은 글들은 이제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로 모였다.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혼자 보는 블로그라도 “이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쓰겠다”고 적으며 시작하는 게 좋다. 어딘가에 선언하고 나면 약간의 강제성도 생기고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 써야겠다는 다짐을 자주 떠올리고, 실천할 확률도 올라간다. 내가 크게 외친 말이 메아리가 돼 일주일마다 돌아오면, 쓸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책상 앞에 앉는다. 뭐라도 써야지, 하는 마음이 정말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억지스럽게 시작한 일도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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