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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시 Oct 30. 2022

따로 또 같이 만들어가는 습관

'쪼매러'들과의 만남

월말이 다가오면 하는 일이 있다. 다가올 다음 달을 기다리며 계획을 짜고, 한 달의 기록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린다. 다음 달의 ‘쪼매프로젝트’에 함께 할 새로운 ‘쪼매러’를 찾는 내용을 담아서.

오픈 채팅방 모임을 만들어서 유튜브 및 블로그 구독자들과 단발적으로 기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시작으로, 2022년에 들어서는 매달 열 명 남짓한 사람들과 함께 각자 만들고 싶은 습관을 실천하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나로부터 시작한 쪼매프로젝트는 한동안 내 세계에만 머물렀다. 여러 종류의 습관을 새롭게 시도했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내 세계도 팽창했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했다.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실은 내가 하는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였을 뿐, 큰 고민이나 생각을 들이지는 않았다. 매일 반복하는 일에 약간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계속하며 나를 단련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마음에서였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혼자서 시도했다. 잘 될 때도 있었지만 여러 번 고꾸라지기를 반복할 때가 더 많았다. 실패한 뒤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입을 닦고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 혼자 책을 읽고, 나 혼자 달리기를 하고, 나 혼자 일기를 쓰는 식으로. 습관은 내가 만드는 거니까 혼자 하는 게 당연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실천하기. 방법은 오직 하나임을 잘 알고 있지만 나 역시 실패할 때가 많다. 내가 평균 이상으로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자주 실천하기 때문이리라.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도할 수 있다면 어렵게만 보이던 일들도 조금 가볍고 재밌는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쪼매프로젝트’를 여럿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넓혔다.



매월 마지막 날 오픈 채팅방에 모인 ‘쪼매러’들은 비슷한 듯 다른 목표를 가지고 온다. 독서나 기록, 기상 시간을 앞당기는 생활 패턴 만들기 같은 커다란 주제는 비슷하지만 각자가 만드는 선택과 이야기가 다채로워 보는 재미가 있다. 책을 골라도 시집이나 예술 관련 책을 더 자주 골라 소개하는 사람이 있고, 필사를 해도 책만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친 문장이나 그날 들었던 노래 가사를 기쁘게 적어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


한 권의 책을 함께 읽는 식으로 목표를 딱 하나만 정해 함께 지키기보다는 각자 만들고 싶은 좋은 습관을 스스로 찾아내고 지키는 데 의미를 둔다. 각자에게 필요한 습관도 이유도 다 다를 테니 스스로 정하면서 자신이 뭘 필요로 하고 원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오지랖 넓은 마음에서였다.


다른 사람들은 책을 어떻게 고르는지, 무슨 책을 읽는지, 일기엔 뭘 쓰는지… 궁금했던 부분을 이렇게나마 풀 수 있어서 기쁘다. 벌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포기해도 누가 비난하지도 않는 이 느슨한 모임을 매번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다.



쪼매프로젝트를 연 뒤로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기록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귀하다면서. 나는 금방 깨닫는다. 나 역시 그런 자리를 간절히 원했다. 사람들과 만나면 어떤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나인데도, 기록이나 책 같은 내가 좋아하는 주제에 관해서는 언제나 할 말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녔다. 


‘여럿을 위한 온라인 모임을 만들자’는 어쭙잖은 욕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프로젝트를 확장시켰지만, 그 모임을 필요로 했던 사람은 사실 나였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연결이 필요했다. 나의 개인적인 욕심과 바람으로 시작된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함께 하는 사람 덕분에 이름뿐이던 '쪼매프로젝트'는 제법 프로젝트다운 얼굴을 하고 지속가능성을 꾀하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한, 쪼매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나의 새로운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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