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3 아침 10시에 남부 투어에 갈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 3명만 있다. 한국인밖에 없어 아주 맘에 들었다. 숙소 앞마당에 서있는 푸르공을 탔다. 그런데 검은 허스키 한 마리가 따라 탄다. 기사님이 뭐라고 말하신다. 은조 누나가 갑자기 우리에게 아저씨가 개도 같이 타도 되냐고 물어본다. 어제 누나가 말씀하시길 자신이 러시아어 전공을 했다는 것이다. 많이 까먹었다고 하셨는데 아닌 것 같다. 오늘 계 탔다. 당연히 괜찮다고 말했고 '아즈만'의 이름을 가진 허스키가 동행했다. 남부 투어가 시작됐다. 갑자 아저씨가 아즈만을 내리게 하고 차를 몰았다. 덜컹거리는 길을 헤쳐가는 차 옆으로 아즈만이 따라 달린다. 벌써부터 감동이 밀려온다.
눈밭을 헤치는 아즈만
굴곡진 길을 지나 정자가 처량하게 있는 언덕 위를 올라갔다. 탁 트인 시야로 보이는 알혼섬이 신비롭다. 파란색의 하늘과 눈 덮인 호수와 땅 그리고 눈을 뚫고 올라온 노란색의 키가 작은 갈대 벌판. 게다가 '아즈만' 그곳을 뛰어다니니 장관이다. 시작부터가 좋다. 기사님은 15분 정도의 시간을 줬지만 더 오래 있었다.
눈밭에서 새를 쫓는 '아즈만'
차가 출발하려는데 아저씨가 안 보이는 아즈만을 부르신다. "이지슈다!" 멀리 있는 아즈만이 돌아와 차에 탔다. 나는 무슨 뜻이냐고 누나한테 물으니 '이리 와!'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써먹어야지.
알혼 섬의 탁트인 광경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는 호수를 찾더니 호수 중간으로 들어간다. 얼음의 두께가 40cm나 돼서 안전하다고 누나가 통역해준다. 아저씨가 먼저 내리더니 뒷좌석에 있는 빗자루를 꺼내신다. 그러더니 바닥을 쓴다. 바닥에는 탁하지만 물방울들이 얼은 것이 보인다. 아저씨가 갑자기 바닥에 무릎 꿇고 앉으시더니 입김을 부신다. 입김을 분 곳은 조그마하게 투명해진다. 그리고 선명하게 보이는 물방울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소리 질렀다. 세상에 이런 게 있을까? 아저씨를 따라 입김을 불었다. 거기에 사진 찍고 호수에서 스케이팅하고 거의 한 시간 정도 놀았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물방울 보기 더 좋은 곳이 있다며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오늘 같이 투어하는 일행
호수 위에서 대훈이가 찍어줬다.
가는 길에 다정한 목소리를 가진 대훈이와 얘기했다. 두바이에서 비행기 조종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1년 정도만 더 하면 교육을 해주는 회사에 취직하여 민항기를 몬다고 한다. 호수 안에 있는 얼음만큼 신기한 얘기다. 조종교육을 받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렇게 바이칼 호수가 언 곳으로 도착했다. 아까 본 곳은 바이칼이 아닌 섬안에 있는 조그마한 호수라고 한다
알혼섬에 있던 말
기사님께서 자신은 밥을 만들 테니 여기서 놀고 있으라고 한다. 그는 잠시 떠나시고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호수 위의 눈을 빗자루로 쓰니 물방울뿐만 아니라 갈라진 틈들도 선명하게 보인다. 대훈이가 나보다 구도를 잘 잡으면서 찍는다. 따라 했다. 사진이 맘에 든다.
호수의 얼음과 얼음 사이의 갈라진 틈
호수 안에서 얼은 물방울들. 지구의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다.
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저씨가 돌아오질 않는다. 오래 있으니 발이 너무 시려서 땅 위로 갔다. 아저씨가 이제 좀 왔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하니깐 아저씨가 오신다. 푸르공에 잽싸게 들어가 밥을 먹었다. 꽁치와 감자, 토마토, 양파를 넣은 수프와 식빵이다. 이걸 하려고 한 시간 동안 있었나? 한국말로 농담 삼아 투덜거렸다. 보기에는 '아즈만' 밥 같았지만 먹으니 맛은 괜찮다. 배가 심하게 고파서 그런 건 아니겠지? 후식으로 엄청나게 단 빵과 홍차까지 마셨다.
'아즈만'밥(개밥) 같았던 점심. 맛은 꽤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투어가 계속됐다. 가는 길에 아저씨가 신나서 음악을 크게 틀고 몸을 들썩이면서 노래를 부른다. 은조 누나 말로는 맨날 중국인만 와서 심심했는데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와서 많이 즐겁단다. 누나 덕분에 오늘 투어의 질이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들린 호수 위에서 아저씨는 차를 드리프트 하신다. 멀미에 약한 나는 살짝 어지러웠다. 그것을 끝으로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얼음위를 달리는 푸르공
얼음 위에서의 질주
알혼섬에 사진을 찍는 나.
오늘 같이 투어한 일행
'아즈만'과 드라이버 아저씨
드라이버 아저씨랑 함께.
숙소로 도착한 우리는 아저씨와 포옹을 하고 동행해준 아즈만을 쓰다듬고 작별했다. 대훈이는 우리 숙소로 와서 나와 사진을 교환했다. 같이 저녁을 먹고 싶어 해서 자신의 숙소의 공짜밥을 제치고 나의 숙소의 식당에서 사 먹었다. 그런 대훈이가 고맙다. 밤에 맥주 한잔을 먹기로 했는데 다들 피곤해서 그냥 취소를 하고 크리스마스 때 먹기로 했다. 그날 대훈이와 은조 누나가 내가 이르쿠츠크에 머무는 호스텔로 돌아와서 만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안 왔으면 평생 후회했을 남부 투어를 그렇게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