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에서의 생각
2019/12/27
글 쓰는 것도 글 보는 것도, 사진 작업을 하는 것도, 앞의 부부가 쪽쪽 거리는 것도 모든 게 무료해졌다. 잠시 기차가 정차했을 때 열차 안에 보온통에 있는 물을 떠다가 영하 24도의 밖으로 나갔다. 물을 흩날리면서 뿌리니깐 얼음이 된다.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에 올렸는데 눈뿌리는 거라고 대부분 착각한다. 눈이 아니라 물입니다.
오후에 은조 누나가 잠시 내 열차칸에 왔다. 한국 과자 몇 개랑 '오물'이라는 러시아의 훈제로 말린 생선을 가지고 왔다. 아까 정차역에서 샀다고 한다. 봉지를 여는데 비린내가 확 올라와 역겨웠다. 그것을 참고 포크로 살점을 뜯어 한입 먹었다. 짭조름한 게 괜찮다. 은조 누나랑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누나가 돌아가 쉰다고 가셨는데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엔 내가 그쪽 칸으로 가야지.
밤에는 옆쪽 침대칸에 있는 러시아 애기들이 화장실을 들릴 때마다 인사하고 웃어준다. 귀여워서 은조 누나가 가져온 과자를 나눠줬다. 말이 아닌 온몸을 쓰며 우리는 대화를 했다. 애기들 귀엽다.
오늘을 쓸 게 없어서 감성글이나 하나 끄적여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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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진을 담아내는 게 매일의 업무 같은 게 되었다. 그러면서 느낀 게 하나 생겼다.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알게 된다. 내가 엄청나게 잘 찍는 프로는 아니지만 느낀 점 정도는 얘기해도 되겠지?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렌즈와 카메라 바디는 순간을 잘 담아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 듯하다. 혹여나 사진의 구도가 잘못됐다거나, 빛의 세기를 잘못 잡아다거나, 불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후보정으로 고치면 된다. 하지만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그 순간을 놓쳐버린다면 다신 그 장면을 담을 수가 없게 된다. '담에 또 저런 게 있을 거야!'라고 자기 위로를 하여도 그 순간은 절대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항상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아름다운 찰나를 발견했을 때, 바로 셔터를 누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는 지나가는 순간들을 생각 없이 쉽게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성공하는 그 순간이 오기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닐지...? 인생에서 매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산다면 우리는 가장 좋은 순간을 담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카메라를 통해 배운다.
故신해철 님이 어느 강연에서 했던 말이 가슴 깊게 남는다.
"인생의 성공은 100% 운이다. 그럼 노력한다는 건 무엇일까? 그 운을 담기 위한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그 그릇에 운이 담길 때 성공을 이루는 것이다."
저 말처럼 사진을 찍는 것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진을 위해 순간을 소중히 하면 아름다운 장면을 찍을 수 있는 것처럼, 삶의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노력을 한다면 성공이 담겨진 운 좋은 날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