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중지 손톱 밑에 자리한 주름 하나가 찢어지면서 빨간 살이 보인다. 그게 눈에 보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내 마음 안에서 꽤 깊은 설움이 올라온다. 오른쪽 중지의 살들 역시 찢어질 준비를 할 모양인지 살이 근질근질거린다. 왼쪽 새끼손가락의 주름 하나도 이미 찢어져 아무는 중인데 자꾸 새끼 손가락을 움직이게되니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자꾸 옳지 않은 것을 하니 회복이 되지 않는다.
물을 자꾸 닿는 직업은 민감한 내 피부에 치명적이다.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1년을 잘 버텨준것에 아낌없는 칭찬을 했지만 그만두면 다시 일을 구하지 못할거란 초조한 마음에 손이 쩍쩍 갈라지고 손톱 옆 살쪽에 고름이 차는 생인손에 걸려 고생을 했어도 끝까지 고집을 부려 끝까지 일을 했던 나였다. 그러고 난 절대 손에 물 닿는 일을 하지 않을거라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다시 그 최악의 환경 속으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나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퀘스쳔북에도 가장 싫어하는 일이 '설거지'라고 써놓고도... 설거지를 필수로 해야만 하는 곳에 들어와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한국에서의 첫 자취를 덜컥 시작해버렸다.
어떻게 이걸 1년동안 버틸 수 있을까란 생각이 점점 든다.
반면에 일주일 전의 어색한 나보다 훨씬 적응이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또 1년을 버틸 수도 있을 같다.
그런데 과연 난 이 1년 후에 만족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닐거다. 만족을 모르는게 인간이니까.
그럼에도 만족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 아닌가.할 때에 이게 맞다면, 내가 해낸다면 또 그 나름대로의 훈련이 될 것도 안다. 그러나 이 길의 끝에 진짜 내가 원하던 삶이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모르겠다.
내가 꿈꾸던 길은 전-혀 아니니까. 어제 티비에서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는데 그 곳에서 어떤 분이 읽었던 책에 비교하자면 역겨움과 두려움 중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는 두려움이 더 커서 결국 역겨움을 택해버리는 그 쪽에 나 역시 발을 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 조금 비관적이 되어버렸다. 당장 부모님께 손 벌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손을 벌린다고 무언가 받을 수 있는 형편도 전혀 아니므로 자족생활은 무조건 해야한다. 이 상황에서 나는 내가 원하던 꿈을 향해 무조건 가야하는가, 좀 돌아서 가더라도 멀리보고 가야하는가. 아니면 포기하고 전혀 다른 쪽에 나를 맡기고 살아갈것인가. 뭐 그런 선택들만이 내 눈 앞에 펼쳐진 것과 같았다.
실은 이 세상은 내가 단순하다 생각할 때 더 복잡하고, 복잡하다 생각할 때 더 단순하게 돌아간 것 같다.
복잡했던 머릿속은 내가 일해보니, 퇴근시간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내 개인 시간을 갖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단점은 이 일을 내가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 일단 내 손은 그 일을 받아들이기에 일주일만에 고장나는 그런 민감한 손이라는 것.
글을 쓰는 중에 물집이 하나 올라온다. 후아. 마음이 무겁다.
실은 요즘 내 삶이 그랬다. 습진때문에 부어오른 손처럼 잘못된 길에 서며 마치 그게 맞는 양- 그렇게 우두커니 모르쇠로 서 있었다. 이미 1년 계약된 집도 있고, 정말 솔직히 말하면 가족들이 애틋하면서도 떨어져있는 이 자유가 좋..다. 이렇게 오롯이 내 시간을 갖고, 오로지 글을 쓸 수 있으며,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으론 그 떠들석함과 방에서 다른 한 방으로 가는 그 모든 일련의 순간들이 그립기도 하다.
내 나이 28, 언제쯤 가족들이랑 또 함께살아 볼까싶은가보다. 아, 모르겠다. 결론은 손은 무조건 관리 잘해서 애끼고, 한 달은 버티자이다. 영어공부도 게을리하지말고 내 시간이 많은 알바를 하고있다 생각하고 일단 해보자. 성실하게! 피곤이 몰려온다. 하하하... 내일은 첫회식이다. 고기나 실컷 먹고 올란다. 졸렵다 졸려.
오랜만에 글을 쭉 써내려가니 밀린 때를 버끼듯 시원하다. 그리웠던 내 노트북과 함께 타자치는 시간.
책상이 없어서 바닥에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자니 잠이 만배로 몰려오고, 무언가 하지를 못했었는데 좌식 책상을 주문한게 오늘 딱 와서 어찌나 다행인지.. :)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