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신이니까
Vlog
오늘은 대자연의 여파로 낮잠을 3시간 정도 잤다. 다들 그런지 몰라도 유독 이 때만 되면 설사로 고생하는 나는 5일 중 2일은 밖에 나가기도 싫고, 강제로 식욕을 억제해야만 한다. 참다참다 약을 먹고 금세 폭풍 흡입하기도 하지만. 사실 오늘도 그랬다. 하루종일 굶다가 밤에 족발을 촵촵촵 먹어버렸다. 물론 원래 식성 1/3만큼만.
그래도 참을만했다. 이유는 엄마의 생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느낌이 왔고(여자들만 느낄 수 있다는 그 느낌. 이 기간만큼은 남자이고 싶다.)
몸 상태가 멀쩡할 때 방청소와 빨래를 해두자하는 마음으로 늦으막하게 10시쯤 일어나 집안일을 시작했다.
백수의 흔한 일상. 거기에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조금의 부담감이 있었다.
냉장고엔 아빠가 사다놓으신 국거리용 한우 소고기가 있었다. 미역국을 끓여놓으란 이야기군.
센스있다. 그러곤 남친을 통해 알게된 신뢰도 100% 레시피인 김진옥 아주머니를 검색했다.
'김진옥 미역국' 네이버에 검색할 수도 있는데 꼭 '김진옥'아주머니의 레시피를 따라하게 된다. 맛있다.
역시 퍼스널 브랜드 파워시대인가보다. 암, 그래도 생일엔 미역국이지. 나름 뿌듯해하며 미역국을 완성했다.
뭐 오늘 밤에 다같이 족발파티를 하는 바람에 내 미역국은 'Out of 안중'이었지만 내 마음만큼은 편했다.
오늘의 1일1글 주제는 엄마다. 어느샌가부터 '엄마'란 글자만 봐도 울컥하고 욱신욱신거린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27살은 그런 나이인가보다. 아마 30살, 31살, 32살.. 매년 한 살 먹을 때마다 부모님에 대한 마음은 놀랍게도 많이 변해갈 것이다. 어버이날이다, 생신이다 엄마께 드리는 편지 내용처럼 '사랑해요, 잘할게요, 죄송해요' 이런 큰 틀은 변하지 않지만 그 사랑한다는 말 안에 '엄마를 이해해요, 공감해요'라는 말이 조금씩 더 짙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는 엄마를 100% 살아보지 못했고,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본 적이 없다. 아무리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4개월 해봤다고 해도 말이다.
최근 3년간 나는 내 인생에 다신 못해볼 경험들을 해보았다.
- 1년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미친듯이 영어 공부하기.
- 새로운 종류의 알바(게스트하우스 보조, 베이비시터, 지하철역 상가에서 모찌 팔기, 스타벅스)
-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그 중 2년은 엄마를 이해하기에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경험 전과 후가 나를 많이 뒤바꿔놓았다.
베이비시터 알바를 하고 온 날, 엄마 옆에 누워 자겠다고 옆으로 가서는 눈물을 한 방울 뚝 떨궜던 적이 있다.
그 때부터였다. 엄마를 조금씩 더 이해하려고 했던 게. 평소와는 달리 정말 마음으로 엄마의 20대는 어땠을까,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았다. 사실 엄마가 우리에게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가는 엄마가 살아온 인생과 그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왜 엄마는 40대 후반에 중등,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려고 미친듯이 공부하셨던걸까.
마침내 그렇게 대학교까지 들어가시고는 또 다시 중퇴를 해야했던 마음은 어떠셨을까.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자 중심내용은 역지사지라고. 그동안 엄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엄마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은 있었나하는 깨달음이었다.
근데 문제는 그렇게 아릿한 마음들이 깊어지고, 더 이해를 하고, 더 사랑하면서도
여전히 27살 딸과 52살 엄마는 그 생각을 좀처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이건 우리 집안 문제만은 아니리라. 인생의 반을 살아온 엄마와 이리도 쉽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아직 자리잡지 못한 딸의 세상은 너무나도 다른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결국 모든 인생은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또 다른 것이 인생이다. 같은 여자라도 다르다.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그럼에도 서로의 세상으로 서로에게 대한다. 남들에게는 주지 않을 상처를 엄마에게 떠안긴다.
남에겐 관용을 베풀지만 딸에겐 쓴소리를 하게 된다.
아직도 이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어렵기만 하다.
이렇게 나이먹을 때까지 나를 낳고 키워준 엄마에게 정말 정말 감사하고 사랑하다가도,
날 향해 근거없는 쓴 소리를 휙휙 날리는 엄마는 얄밉기만 하니까말이다.
아무리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베푼 그 사랑을 내 이웃에게 베풀정도로 사랑하며 살라고 하시지만
그 사랑을 내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이에게도 매 순간 베풀기가 힘들다.
그러다가 이르는 오늘의 결론은, 불완전한 존재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는 것. 그것을 떠안고 서로 부둥켜 안고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 이것저것 다 떠나서 엄마만큼 날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는 것.
물고 뜯으며 싸운다는 모녀라도 사실 그 안에는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깊은 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난 지금 우리 엄마의 딸로 태어난 이상, 평생 그 고마움을 갚을 수가 없고, 늘 죄송해야만 하는 상대이며,
엄마가 어떤 사람이건간에 공경해야한다는 것.
어제 캐나다에서 따온 인터뷰 하나를 타이핑하다가 이런 얘기가 내 마음에 꽂혔었다.
엄마가 너를 태어나게 했잖아. 맞지? 무조건 첫 째로 두어야할 대상은 엄마야.
엄마랑 가장 친한 친구처럼 지낸다면 네 인생은 정말 행복할거야. 믿어봐. 진짜야.
남편에 대해서도 그래야 한다고, 그럼 인생은 음악이 될거라던 이 친구의 말처럼..
나도 그런 가정을 꿈꾸고, 그런 엄마와 나의 관계를 더욱 소망한다.
비록 엄마 말에 따박따박 옳다그르다를 논하려고 하는 딸이지만, 그래도 사랑은 사랑이라고요.
엄마랑 제일 좋은 친구가 되는 그 날까지, 으쌰으쌰 힘내보자!
참, 엄마. 생신 축하해요!
아까 방문을 열고 뭘 하냐며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라고 한 방 날리고 가신 엄마.
엄마에 대해 쓰고 있었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