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을 감고 사랑해주기
오늘 한 아이가 철사를 구부리고 점토로 살을 붙여서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듣는 예쁜 인형하나를 만들었다. 그 아이가 열심히 만드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작품이 너무 귀여워서 잠시 창문 앞 이젤에 걸어두었다.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아이는 집에 가져가면 만들기는 망가진다며 그곳에 두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학원 창가 앞에 마스코트처럼 그 인형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학원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자신의 작품이 잘 있는지 확인하고 미소를 지으며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가끔씩은 학원으로 들어와 방긋 웃으면서 “선생님 아직도 있네요"라고 얘기하며 돌아가기도 했다.
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을 누군가가 보고 아끼고 사랑해 준다는 걸 느끼는 아이의 표정은 정말 흐뭇해 보였다. 그 기억이 오래오래 아이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품을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작품에 담긴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춰 볼 수도 있고, 테크닉에 주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든 아이들의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언제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작품을 만났을 때 한쪽 눈을 감고 바라보자. 그림을 정밀히 관찰하고 분석하기보다는 흐릿한 시야로 아이의 작품을 느끼고 아이의 마음을 한번 살펴주자. 작품을 만들 때 온 마음을 담는 아이들의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보았기에, 작품을 소중하게 간직해 주는 것이 아이에게 그 어떤 칭찬보다 더 큰 행복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이가 성장한 후 다시 돌아보면, 어린 시절은 생각보다 짧다. 그 시절 작품에 담긴 마음 자체로 사랑받기를, 빈 공간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용기 자체로 사랑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