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내가 해낼 거야"
오늘 이야기할 아이는 5살 때 처음 만나 11살이 된 지금까지 오랜 기간 함께 수업을 해온 아이다. 언제나 항상 밝은 모습으로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인상 깊다.
그 아이와 같이 우리 학원에는 오랜 기간 다니는 몇몇 아이들이 있다. 오늘은 우리 학원 프로그램에 완벽히 적응한 그 아이들을 위해 색다른 재료인 나이프와 모델링 페이스트를 준비했다. 생소하고 어려운 재료인 만큼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아이는 설명을 유심히 듣더니 어려워 보인다며 그리기를 주저하고 망설여했다.
사실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이프와 모델링 페이스트와 같은 둔탁한 재료를 사용하여 형태를 표현하는 것은 어른들도 많이 어려워한다. 그래서 모델링 페이스트 대신 캔버스에 아크릴로 수업을 진행해 볼까 고민하던 찰나,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미래의 나는 해낼 거예요.”라는 반짝이는 말이 내 귀를 스쳤다.
그 말덕분일까? 처음에는 나이프를 손에 집은 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아이가 기다려주니 페이스트와 물감을 섞어 예쁜 색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이프에 페이스트를 조금씩 묻혀서 캔버스에 점을 찍듯이 발라보다가 용기가 생겼는지 서서히 더 과감하게 바르면서 씩씩하게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순간 덧칠을 잘못했을 때는 잠깐 당황하다가 다시 페이스트를 걷어내고 덧칠을 하며 스스로 고쳐나갔다.
푸르스름하고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캔버스 위에 피었다. 아이도 결과물이 스스로 만족스러웠는지 다음 시간에도 나이프 그림을 그리겠다며 웃으며 마무리를 했다.
우리는 시작을 하기 전 결과가 어떨지 알 수가 없기에 ‘내가 이걸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 의심이 우리의 발목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면은 미술에서 더 두드러진다. 그림을 평소 잘 그리던 사람들도 하얀 도화지를 바라보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불확실성은 어떻게 보면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생각엔 불확실성을 완전히 무한한 가능성으로 바꿔주는 것은 미래의 우리들은 결국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해낼 거라는 마음 가짐, 즉 “미래의 나는 해낼 거야"라는 마법의 주문이다.
그림을 그리기 직전 혹은 새로운 도전을 앞서기 직전 나를 믿는 마음은 시작을 가볍게 해 준다. 시작이 가벼우면 두려움 없이 중간과정을 즐길 수 있다. 이건 또한 잘못되더라도 또 다른 미래의 나를 믿으며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줄 원동력이기도 하다.
‘미래의 내가 해낼 거야’라는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에게 이 마법의 주문을 걸어주고 싶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