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마라톤 등록 클릭
제 발로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마라톤 등록
마라톤 할 결심
4월, 호주의 후끈한 여름이 가고, 달씨는 고민이 생겼다.
달리기 선배인 하와이 K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진짜 시드니 마라톤 가고 싶어요! 같이 갈래요?”
마라톤 8년 차 K는 그해 시드니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했고, 마침 달씨도 첫 마라톤을 어디서 할지 고민 중이었다.
시드니 마라톤은 비록 하프였긴 하지만 작년에 가봤고,
마라톤을 핑계 삼아 여행 가려했던 멜버른, 퍼스 같은 호주의 다른 도시 마라톤은 이미 마감이 된 상태. 살고 있는 도시 애들레이드는 풀코스가 복잡해 보였다. 초보가 코스 타령이라니!
첫 풀코스와 시드니 마라톤 조합. 다시 시드니?
그녀는 망설이며 다시 시드니 마라톤을 참가할 이유들을 추슬러 보았다.
첫째, 엄두 안나는 첫 마라톤을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점.
둘째, 한번 달려 본 경험으로 코스라 아예 낯설지는 않은 점.
셋째, 달씨보다 먼저 하와이로 이민 가서 만나본 지 19년이나 된 K, 시드니로 온다니 함께 달리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드니 마라톤은 ‘세계 7대 메이저 마라톤’의 후보지. 만약 7대 메이저 마라톤으로 선정된다면 올해 풀코스를 완주한 마라토너들에게는 향후 3년 중 1회 자동 출전권을 주어진다는 점도 살짝 솔깃.
"미친 척하고 해 보는 거야! 마라톤 42.195Km!
가자 시드니!"
그녀의 특유의 무모함이 다시 발동했다. 1년 전의 그녀처럼 시드니 마라톤 사이트에 들어가 바로 등록을 실행에 옮겼다. 잠시 후, 이메일이 왔다.
Thank you! You have successfully registered for 2024 Sydney Marathon.
우후!
42.195Km에 밀어 넣기
그녀는 지난해 이맘때쯤 '달리기 할 결심'을 했다.
풀코스는 평생 무리일 것 같고, 하프는 죽기 전 한 번은 꼭 해보자 같은 위시 리스트.
그야말로 ‘한번쯤’이라는 바람이었다.
1Km도 달려보지 않았던 사람이, 무려 21Km 하프 마라톤을 해 볼 작정이었다.
그래도 완주는 하고 싶었기에 꾸역꾸역 혼자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달리기 세상에 점점 발을 들이고 땀맛을 알게 되다 보니,
"이제 인생에 한 번쯤 '풀코스 마라톤' 도전해볼까?" 라는 또 다른 소망을 가장한 욕심 혹은 사심이 생겨난 것이다.
작년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들었던 무수한 의구심, 불확실성, 두려움이 다시 스멀스멀.
이메일을 받고 보니 다시 것들이 있었다.
풀코스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정말 할 수 있을까? 괜히 덤볐나?"
무수한 의구심과 불확실성, 걱정과 두려움이 다시 겹겹이 몰려들었다.
달씨는 어린 시절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마라톤,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더라.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심장이 2개여야 해.”
마라톤, 42.195Km는 그녀에게 호랑이 같은 존재였다.
“그러면 호랑이 온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어른들이 겁줄 때 썼던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
하지만, 달씨가 인생을 살며 한 가지 확실한 지침을 세운 것이 있다면,
"나중은 없다"
부족하더라도 무모하더러도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호랑이 굴에 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잖아.
정말?
늘보 달씨가 풀코스 마라톤이라니.
제 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달씨, are you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