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마라톤과 이색 마라톤들
ㄴ몰랐던 마라톤 세계
생각보다 넓고 유쾌하고 자유로운, 달리기 세상
| 넓혀지는 달리기의 세계
마라톤 등록 후, 요즘 달씨는 5Km 쯤은 차를 타지 않았다.
달리기로 대신 했다.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달리기의 세계의 재미에 빠졌다.
직접 뛰며 발로 만나는 일상과 땀맛도 신기했지만,
알수록 세상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달리기를 하는지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고 더 궁금해졌다.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완전히 다른 세상.
궁금한 것은 알아봐야 제맛인 그녀의 성격대로 ‘지구 위의 마라톤들’ 탐구에 한창이다.
세계 메이저 마라톤
세계 메이저 마라톤 (World Marathon Majors)이라는 세상이 있었다.
Abbott World Marathon Majors라는 기관에서 정한 세계 주요 마라톤이다.
하와이K도 마라톤 연차가 늘어나면서 세계 메이저 마라톤에 도전 중이었고, 달씨가 시드니에서 하프 마라톤을 했을때 K는 시카고 마라톤으로 향했다. 달씨는 이 정보를 접하며 시드니 마라톤 등록이 단순한 여행 이상의 기회라는 걸 새삼 느꼈다.
2024년까지 총 6개. 흔히들 '세계 6대 마라톤'으로 불렀다.
3월 도쿄를 시작으로, 4월 런던과 보스턴, 9월 베를린, 10월 시카고 그리고 11월에 뉴욕.
이 6개의 마라톤을 모두 완주하면 ‘Six Star’라는 메달을 받게 되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남게 된다.
한 해에 6개를 다 할 필요는 없다.
인생 목표로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고, 식스 스타 메달을 받고 재도전 하는 마라토너들도 많다.
세계 7대 메이저 마라톤 후보에 오른 3곳은 호주 시드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그리고 중국의 청두였다. (2024년 대회 후, 시드니는 7대 마라톤에 선정되었다.)
퀄러파잉 타임이 뭐야?
퀄러파잉 타임 (Qualifying Time)은 나이대별로 요구되는 풀코스를 완주 기록이다. (컷오프 타임과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보스톤 마라톤의 경우 40대 여자 참가자라면 ‘3시간 40분~50분내’ 완주해야 신청 가능하다. 달씨에게는 멀고 먼 달나라 얘기 같았다. 한편으로는 그런 러너들이 진심으로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메이저 마라톤은 하고 싶다고 누구나 뛰는 대회가 아니다. 퀄러파잉 타임 요건을 충족하는 마라토너들만 신청과 참가가 가능하다.
퀄러파잉 타임이 없는 (달씨 같은) 러너들은 무작위 추첨에 당첨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리기 인기가 급증하면서 추첨 당첨이 하버드 대학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워졌다 한다. 신청비를 낸다고 모두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첨운까지 따라줘야 하는 것이었다.
어디에서든 달리는 못말리는 러너들
달리기 세계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메이저 마라톤 처럼 일반 도로에서 말고, 상상치도 못한 곳에서 달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중국 만리장성 마라톤, 마추피추 마야 문명 유적지 마라톤, 남극 마라톤, 사막 마라톤, 화산 마라톤까지. 리스트가 끝이 없다.
"그러다 달나라에서도 달리겠네?" 라고 비아냥한다면 오산이다. 실제로 달에서도 달렸다. 우주 탐사선의 우주조종사들이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맞춰, 같은 시간에서 우주에서 러닝머신으로 42.195Km를 완주한 일도 있었다.
러너들은 지구 안팎 어디에서든 달리고 있었다!
24시간 달리기, 결승선 없는 달리기 같은 독특한 대회도 많았다.
42.195Km라는 거리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회들도 존재하고,
50Km, 100Km 혹은 100Mile (160.934Km)까지 달리는 울트라 마라토너들,
또 전세계를 달리기로 완주하는 사람들까지!
달씨는 턱이 쏙 빠질 것 같았다.
못말리는 러너들이 이렇게 많다니.
어떻게라도 달리는 러너들
제 몸 하나 달리는 것도 벅찬데, 별별거 다 입고 달고 달리는 러너들.
독특한 코스튬이나 전통의상을 잔뜩 두르기도 하고,
하이힐이나 나막신 같은 특이한 신발을 신고 완주하는 사람들,
맥주 마시며 달려야 하는 대회,
휠체어를 밀며 달리는 마라토너들,
그리고 심지어 냉장고를 둘러메고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들까지!
‘미쳤다’, ‘대단하다’
이 말밖에 안나오는 별난 러너들, 별난 대회들이 세상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달리기의 세계는 달씨의 생각보다 훨씬 넓고, 유쾌하고, 자유로웠다.
나이도 상관없는 러너들
나이도 마라톤에서는 핑계가 될 수 없었다.
90대 러너들이 완주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고,
세계 메이저 마라톤 대회의 70대 마라토너들의 기록은 여느 30, 40대들의 기록에도 뒤쳐지지 않았다.
특히 눈이 가는 70대 여자 러너, 한국계 미국인 지니 라이스 였다. 70대의 나이에도 매년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는 사실에 감탄만 나왔다.
알고보니 마라토너들 중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늦게 시작해서 진심으로 즐기는 경우들도 많았다.
점점 알게되었다.
달리기는 꼭 빠르고 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달씨는 지금
'자신이 도전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풀코스도 할 수 있다!’는 증거들을 촘촘히 수집하는 중이었다.
버티기 달리기
어느 저녁, 달씨는 혼자 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의 달리기, 뭘까?"
그리고 말했다.
‘나의 달리기는, '버티기'다.’
재능이 없고, 속도도 없으니, 일단 버텨야 한다.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들때도 마찬가지였다.
옆사람은 어마한 무게를 번쩍번쩍 드는데, 이 몸은 고작 요만큼도 버겁나 생각했다.
그때 드는 생각, 달리기에서도 똑같이 들었다.
‘저 사람은 빠른데, 나는 왜 이렇게 느리지? 왜 이리 안되지?’.
하지만 생각을 다듬었다.
내가 들 수 있는 무게를 들면 되고,
내가 할수있는 달리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말고, 욕심도 좌절도 넣어두기.
그녀는 일단 버티기로 했다.
버티기 달리기로,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