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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무빙 Jan 09. 2023

설레는 첫 만남

불타는 근육통

“우리 운동하는 거 어때?"

“어떤 거?”

“요가해 볼까? 저기 사거리에 있더라.”

누군가의 입에서 운동 그리고 요가라는 말이 나왔다.







점심 식사를 후다닥 마친 후 2층 복도 끝 방바닥이 따뜻한 심리치료실에 모인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곳에 모여 커피와 후식을 나누고 일, 현실 연애, 시시콜콜한 일상도 나눴다. 13명의 여자 얼마나 할 말이 많았을까. 운동을 하자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원하는 사람들끼리 헬스장을 등록한 적이 있다. 1년은 너무 부담되고 일단 6개월로 하자며 일주일에 반드시 세 번은 가자고 약속했다.


헬스장에 비치된 회색 반바지와 반팔을 입었다. 그리고 수건을 한 장 목에 걸고 빠지지 않게 티셔츠 넥 라인에 양끝을 껴넣어준다.

물통에 물부터 가득 담는다. 목마르면 그때 마시면 될 것을 꼭 미리 준비한다.


나만의 루틴.

첫 번째 코스는 전신 거울을 보며 스트레칭하기.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근차근 스트레칭하다 보면 키가 1센티는 커진 기분이다. 난 원래 스트레칭을 좋아했으니까 열심히 했다. 그 전신 거울 앞에서 같은 시간 PT를 받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스트레칭을 한 후 두 번째 코스는 러닝머신에 오르는 것이다. 열심히 속도를 내어 걸을 때면 서서히 숨도 가빠지고 땀도 송골송골 나고 리드미컬하게 걷고 있는 내 두 다리 그리고 몸뚱이에 근육이 차오르는 느낌마저 들었다.


세 번째 코스는 근력운동이다. 하나하나 지르밟듯 근력운동을 위해 머신 하나하나에 앉았다. 혼자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마음 맞아 같이 간 동료들과 같이 걷고 웃고 등을 조이며 운동했다.


네 번째 코스는 마무리 스트레칭과 뜨끈하게 샤워하기이다. 콜콜 쏟아지는 더운물이 나를 깨워주었다. 여기서 끝났어야 하는데 다음 코스가 있었다.


다섯 번째 코스. 먹었다.


“배고픈데 떡볶이?”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늘은 “쌀국수?”, “아니 아니, 들깨수제비로 하자.”

먹고 싶은 것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그건 그렇다 치고 왜 다 좋다고 하는지 운동과 함께 먹는 루틴이 생겨버렸다. 친목은 더욱 굳건히 다져졌지만 운동은 결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막판에는 가지 않았다.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그렇게 운동은 우리 일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다.

몸이 근질근질하고 마음이 꿀렁꿀렁하여 새로운 운동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요가



우리의 퇴근시간은 5시 50분이었다. 5시 50분 칼퇴근을 위해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6시 20분 요가 수업을 듣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걸었다. 수업이 어떨지도 모르면서 3개월 주 3회로 카드를 촥 긁었다.


대기실이 넓진 않았지만 동그란 방석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잔 마셨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 몸에 보이차를 넣어주니 벌써 건강해지는 기분과 함께 나를 돌보는 것 같았다.



편안한 운동복 바지에 넉넉한 반팔티를 입고 요가 수업을 듣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 낯섦이 좋았다. 레깅스에 팔을 다 드러난 상의를 입은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있어 보이네. 영등포 지하상가에서 산 노랑 티셔츠가 싫지 않았기에 첫 수업에 대한 기대감만 가득했다. 함께 등록한 다섯 명이 앞뒤좌우로 앉아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를 살폈다. 매트 위에 차분히 누워있는 몇몇 사람이 보여 나누던 대화를 거두고 우리도 누웠다.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운동치료를 했었고, 관련 교육도 많이 참여하면서 다양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고 알았던 터라 이럴 줄은 몰랐다. 아는 것과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고자 하는 의지는 대단했지만 몸은 따라주질 않았다. 과한 열정에 몸이 떨리고, 숨이 차고, 손끝까지 저렸다. 선생님의 카운트가 어서 끝나기만 바랬다. 나 원래 스트레칭 좋아하는 여자인데.


얼굴이 벌겋게 오르고,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팔다리는 떨리고, 살며시 두통까지 왔다.

그렇게 첫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기절하듯 잠들었다.

푹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는 맑고 몸은 근육통으로 괴로웠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첫 수업 후 몸은 아파죽겠다고 하고, 마음은 빨리 요가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랬다. 퇴근시간이 기다려졌다.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며, 마력이다. -괴테


처음 만난 요가. 불타는 근육통이 주는 설렘.

이제 그 힘과 마력에 빠져들 차례였다.

요가가 내 인생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올 줄 그때는 몰랐지.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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