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가 났다

by 서하

출근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아침, 이불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꼼지락거리다가 무심코 인스타를 켰다.


첫 피드에 뜬 지인의 결혼 발표. 대학교 이후로는 직접 만난 적 없지만, 워낙 인상이 좋았던 친구라 가끔 올라오는 그녀의 사진을 반갑게 구경하곤 했다. 딱히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어서 사생활까진 몰랐는데, 갑작스레 전해진 결혼 소식이었다. 행복한 미소를 띤 그녀와 예비신랑. 활짝 웃는 입매와 선한 눈매까지 꼭 닮은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예뻤다.


순간, 예쁘다는 생각과 함께 부럽다는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다들 제 짝을 찾아가는 현실이 확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정말 내가 마지막인가' 싶은 씁쓸함이 올라왔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하트를 꾹 눌렀다. 질투에 대한 반성과 축복의 마음을 담아서.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다들 자기 가정을 꾸리며 안착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나 또한 별종이라 여겨질 정도로 나의 뿌리를 끔찍이 챙기는 사람이었으니, 어릴 때부터 따뜻한 가정을 이루는 꿈을 꿨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굴레가 어마어마한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누군가를 만나 가족이 되는 일에는 참으로 신중해졌다.


그럴 때마다 꺼내 보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구절이 떠오른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정말로, 누군가를 만나 가족이 된다는 건 두 사람의 인생 전체가 섞이는 일이다. 그 무게와 책임을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엄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나의 전부를 기꺼이 내어줄 사람도, 자신의 전부를 내어줄 것 같은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뭐, 이왕 이렇게 늦어진 거 어쩌겠나. 그런 동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두 팔 씩씩하게 흔들며 화려한(?) 싱글로 살 참이다.

다행히 부모님은 대놓고 구박하지 않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주변 친척들의 잔소리야 여전하지만, 그 정도 간섭쯤은 가볍게 즈려밟고 내 페이스대로 가면 그만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나 혼자의 노력으로 되는 일은 결과가 정직하게 따라오지만, 관계는 내 뼈를 깎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더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타인과의 주파수 맞추기.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활짝 웃으며 짝을 찾아가는 지인들의 웨딩 사진을 보면, 예쁘다는 감탄과 시무룩해지는 마음이 교차한다. 하지만 이내 진심을 담아 축복을 보낸다.

누군가 따뜻한 '함께하기'를 시작했다는 건 분명 축하할 일이니까. 한 명이라도 덜 추워야 이 지구도 좀 더 살만해지지 않겠나.


나의 '방문객'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이 홀가분한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 한다. 여유롭고 고요한 아침, 충분히 감사한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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