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팔 신나게 흔들며
오전에 카페로 출근하지 않는 날은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공부를 하든, 글을 쓰든, 운동을 하든 하나는 꼭 하고자 하는데,
이날은 아침 일찍 네일을 받으며 기분전환 한 뒤 바로 황성 공원으로 달려갔다.
경주시립도서관과 황성공원은 붙어있는데 도서관 내부는 널찍한 좌석에 책도 많고, 바깥은 정원처럼 펼쳐진 황성공원이 예술작품같다. 시원하게 뻗어있는 소나무를 보면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면서 깊게 숨을 들이쉬게 된다.
황성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맨발걷기를 할수 있게 조성해둔 황토 길이다. 경주에는 맨발걷기 길이 몇군데 있는데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인적이 드물거나, 돌이 많아서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이 아파서 잘 안가게 된다. 황성공원 맨발길은 사람도 늘 적당히 있고 황토가 부드럽고 습기가 있어서 걷기 좋다. 10바퀴 정도를 빠르게 걸으면 운동이 제법 되는데 이 날은 빗물이 고여있어서 길이 미끄러워서 속도를 낼수없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걷기를 시작했다.
한바퀴도 채 돌지않았는데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비가 쏟아졌다. 나는 모자도 썼고 또 집가서 씻으면 되니까 비를 뚫고 걸을 생각으로 계속 걸었다. 그런데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아가씨 비오는데 같이 우산 써요" 하면서 오시는 거다. 순간 좀 놀래서 경계했지만 사람들이 많은 공원에서 별일 있겠나 싶어 "감사합니다" 하고 아저씨가 우산 기울여주시는대로 가만히 걸었다. 그렇게 같이 걷게 된 맨발길, 아무말도 안하는건 어색하니 아저씨랑 맨발걷기가 좋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아저씨는 우리 부모님과 동갑이셨는데, 주변에 아픈 사람들 중에 맨발걷기의 효과로 악화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사람도 보았을 정도로 어씽의 효과가 좋다고 하셨다. 땅을 맨발로 접지해서 걸을때 일어나는 몸의 변화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까지 잘 알고 계실 정도로 어씽과 건강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그러다 보니 매일 맨발걷기를 한시간씩 하신단다. 운동하기, 햇빛보기와 같은 여러 건강 조언을 해주시면서 무엇보다 가장 강조하신 말씀은 무조건 즐겁고, 밝고, 긍정적으로 살으라는 말씀이셨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말, 가볍고 즐겁게 살기.
우리 면역을 책임지고 암세포를 박멸해주는 NK 세포라는건 약이나 주사로 보충되는게 아니란다. 아주 즐겁거나, 마음이 뭉클할 정도의 감동을 받거나, 압도적인 행복감을 느낄때 NK 세포가 효과적으로 활성화된다고 했다. 그러니 소리내어 많이 웃고 마음껏 감동하고 즐겁게 살다보면 절로 건강도 좋아지고 행복하니 무조건 하고 싶은대로 즐겁게 밝게 살라고 몇번을 강조하며 말씀하셨다.
너무 맞는 말이라 가슴 깊게 와닿았다. 자꾸 마음을 짓누르는 돌덩이에 압도되지 말고 무조건 두팔 흔들고 씩씩하게 밝게 살아야한다. 감정도 습관인 경우가 많으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좋은 감정의 습관을 들여야지. 서로 생판 모르는 사이인 아저씨랑 나는 인생과 건강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면서 40분을 더 걸었다. 어씽을 다 마치고 헤어질때 아저씨한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건강하시라고 인사했다. 갑자기 툭 나타나서 귀한 경험을 나눠주고 가는 사람 덕분에 길 위에서 인생을 배웠다.
몸과 마음이 정화된 기분으로 학원에 출근했다. 수업을 준비하며 쨍한 색을 칠한 손톱을 보니 귀엽고 그래서 또 즐거워졌다.
그러네, 행복은 여기 가까이에 있네. 별거 아닌 듯, 반복되는 듯 보이는 일상에서도 충만함을 온전히 느끼고 기뻐하는 연습을 자꾸 해야겠다.
곧 첫타임 수업인 초딩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꺄르르 꺄르르 자지러지게 웃으며 들어왔다. 아, 바로 저런 웃음이 NK 세포 를 활성시키는 거구나! 뭐가 그렇게 재미난거야? 같이 좀 웃게 나도 좀 끼워주라, 얘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