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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eap Feb 07. 2021

대리가 되다

진급도 회사의 리츄얼임을

올해 초 두 번째 직장에서 대리로 진급하였다. 회사에서 더 이상 직접적으로 대리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진급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본다.


1. 회사의 진급/승진 문화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회사마다 진급을 축하하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 어떤 회사 배려하는 차원에서 진급 사실을 쉬쉬하며 가까운 지인들끼리만 축하하고 넘어간다. 이와는 반대로 전통적인 제조업 베이스인 회사는 승진을 비교적 크게 기리는 편이다. 진급자의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직접 감사 인사를 돌린다.


사실 진급을 중요시하는 회사 문화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절대적인 그 사람의 역량으로 진급이 결정되는 경우보다는, 한정된 티 인사 적체 현상으로  능력자가 진급되지 못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 왕자의 여우가 강조하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정신처럼 진급 여부보다는 나의 내실만 잘 쌓으면 된다고 조금 시크하게 생각했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러니 진급/타이틀이나 사람들 평판에 연연하지 말고 내실이나 열심히 쌓아!!)
출처 : 영화 어린왕자 중


2. 내 차례가 되니 달라진다

그러나 막상 내가 진급 연차가 되니 느낌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승진 관련 이야기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더구나 우리 팀에는 진급 연차이신 분들이 많아 은근히 경쟁하는 느낌도 들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대리로 무사히 승진했다. 리더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후일담을 들으니 팀장님께서 나의 진급을 위해 많이 힘써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컸다. 다행스럽게도 팀 내 진급 대상자들 모두 승진에 성공하여, 연말 팀 분위기가 좋았다. 진급자들끼리 팀원들에게 선물을 돌리고 승진 당일을 마무리했다.


동료 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회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정감에 대해서 생각했다. 학부 시절 동양철학 수업에서 관혼상제 연대감, 소속감을 확인하는 수단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관혼상제처럼 승진/진급도 회사 구성원으로의 연대감, 소속감을 확인하는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일종의 리츄얼(Ritual)이라면 리츄얼이 아닐련. 새로운 직급에 적합한 사람이 되라는 책임감을 부여하리츄얼기도 할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승진은 별 의미가 없다고 시크하게 확신했는데, 따지고 보니 꽤 의미가 있는 리츄얼인 셈이다. 역시 경험해보기 전까지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팀원들 선물로 와인을 샀는데, 와인에 대해 잘 몰라 적당한 가격, 그리고 라벨이 멋있는 와인들을 샀다 ;;;


3. 이제는 실전이다.

대리가 되면 일과 책임은 더욱 많아져 결국 지금에 비해 고달픈 삶일 수도 있겠으나, 우선은 새롭게 열리는 문을 기대감으로 지켜보려 한다. 팀장님과 진급 축하 식사를 하면서 아래처럼 말씀해주셨다.


너의 장점은 언제나 creativity를 추구하는 것,
여전히 탐험가의 기질이 남아있다는 것

숫자를 기반으로 전략을 짜는 것보다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세상에 impact를 주는 쪽이 너와 더 잘 맞고, 호기심이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대리가 되었으니, 이제는 실전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책임지면서 성장해갈 수 있기를.


새로운 rank는 더 무거워진 무게감을 의미할 터.

image by @robinegg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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