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우소소 Dec 05. 2024

우리의 겨울

매년 겨울, 함께할수록 돋보이는 행복을 찾아간다.

생각보다 사소하고 별일 아닌 행복이다. 오랜 추위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계절 속에 자그마한 기쁨이 숨어있다. 겨울의 시작과 끝에서 축적된 기쁨을 오래도록 기억한다. 지금 나는 그러한 겨울을 나고 있다.



혼자일 때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 일이 드물다. 길 건너 보이는 붕어빵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혼자라면 좀처럼 향하지 않는다. 왜인지 겨울 간식은 누군가와 꼭 함께 먹고는 했다. 편의점 호빵을 사서 반을 떼어주거나, 꽁꽁 언 손을 주머니에 넣고 타코야키를 나눠 먹거나, 큼지막한 계란빵에 마주 보며 웃음 짓는 그런 일들. 나의 겨울은 그와 같은 사소한 행복이 담겨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맘때가 되면 한때 지나친 기억도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자취방 골목길에서 팔던 할아버지의 붕어빵이었다. 갑자기 쏟아졌던 눈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던 날, 오르막길을 올라 붕어빵을 사러 갔다. 어묵 국물 몇 모금에 몸이 풀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날의 추억. 집에 들어가기가 아쉬워 하나 남은 붕어빵을 손에 꼭 쥔 채 돌고 돌았던 그 겨울. 때가 되어 모락모락 올라오는 기억 속에 그리움을 묻는다.



어느새 다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늘 그랬듯이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는 이들에게 달이 인사를 한다. 어느 때는 초승달이었다가, 보름달이 되었다가. 나 또한 달과 한참 눈 맞춤을 하고 나의 계절을 걸어간다. 이 계절이 마냥 시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빛을 품으며 함께하기에 버틸 수 있는 날들을 기대한다. 자그마한 기쁨이 모두의 겨울에 쌓여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