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어느 한 곳을 가더라도 유심히 본다. 컵과 스푼, 티코스터- 그밖에 자리를 채우는 물건 하나하나를 보면 주인의 향기가 난다. 덧붙여 이곳에 방문할 사람들을 위한 배려까지도.
가끔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에 발길을 두고 싶다. 즉흥적인 마음에 불이 붙었는지 하루를 마무리하던 금요일 밤,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온몸을 감싼 이불이 너무나도 편안하다. 곰곰이 생각하다 설렘의 유형을 바꿔보기로 한다. 주말에 종종 가는 카페에서 궁금했던 케이크를 시켜보는 것. 얼굴을 비춘 지 1년 정도가 된 곳이다. 안경과 수염이 잘 어울리는 푸근한 사장님과는 여전히 단 두 마디 인사만을 주고받는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내적으로는 친밀감이 들면서도그 누구도 겉으로 드러내거나 큰 반응은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런 적당한 거리가 마음에 쏙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부담스러울 일도, 실망할 일도, 기대할 일도 없이 오가는 시간이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완전한 무관심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것들에 왠지 모를 관심이 묻어 나온다. 언제나 깔끔히 정돈돼 있는 소파와 잎이 반짝거리는 식물들. 자리마다 놓인 메모지와 은은한 조명. 메뉴에 따라 스푼이 바뀌는 센스와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차분한 선곡. 사랑을 받는 공간은 머물다 가는 이의 눈에도 빛나 보이나 보다. 그에 대한 답례로 이런 마음을 내비쳤으니, 아무래도 친밀감이 더 올라갈 듯하다. 늘 하는 것처럼 단 두 마디 인사 외에 큰 표현은 하지 않겠지만. 아무도 모르게 꾸준히, 그리고 세심히 나의 작은 아지트를 아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