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을 따라가고 예상하며 마음으로 미래를 그린다. 하지만 가끔은 모든 걸 확인할 수는 없다는 걸 잊는다. 마음과 눈이 연결돼 있다는 건 이런 사실을 깨달을 때 더욱 드러났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앞날에 몰두하여 마음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것에 희망을 품고 두 눈을 반짝이며 현재를 살기도 하니.
최근 들어 눈에 관심이 갔었다. 결막염부터 시작해 높은 안압까지 온 신경이 눈으로 향했다. 보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지난날이,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생각한 날이다. 눈도 멀리 보고, 마음도 멀리 보고 싶었다. 덕분에 이른 시간, 산에 올랐다.
둘레길을 따라 산을 걷는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곳곳에 길이 나 있다. 많은 숨과 쉼을 필요로 하는 오르막길을 올라갈수록 그 길은 더 잘 보인다. 시작할 땐 몰랐던 여러 갈래의 길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 길로도 갈 수 있었네-"
저런 쪽에도 길이 있구나 싶어, 또 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러니 산이 삶이 되었다. 어쩌면 예측할 수 없음이 당연한 삶 속에서 예측돼야만 하는 길을 쭉 고집하고 있던 게 아닌가 싶었다.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쉬지 않고 올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조금은 돌아갈 수 있는 길도 나 있을 거라고. 저 아래 꺾인 길도 발을 딛기에 틀린 길은 아니라고. 그렇게 산이 말해주는 듯했다.
가까이서 봤을 땐 모를 수 있는 길을 걷는다. 한참을 오르고 고개를 돌리니 수많은 집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걷다가도 한 번씩 멈춰 드넓은 풍경을 바라보곤 했다. 보이는 것을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 그런 순간이 좋았다. 시간이 흘러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면 이와 같은 세상이 보이지 않을까. 삶의 흔적이 쌓여 무작정 올랐던 시작점이 아득해질 때, 더 넓고 깊어진 세상을 마주할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