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우소소 Nov 27. 2024

흘린 눈물만큼

"오늘 상담받는데 울었어. 창피해."

퇴근길, 언니에게서 연락 한통이 왔다.

"잘했어, 울 수 있는 기회도 중요해."

이 말을 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럼에도 눈물을 숨기는 날은 많다. 마음 놓고 우는 날은 우리에게 흔치 않다. 그래서 보통은 슬픔을 숨겼. 감춘다고 해서 사라지는 감정이 아닌데도 누가 볼세라 눈물을 닦고, 또 닦는다.



올해 여름,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의 이유가 어떤 것이었을지 몰라도 그저 꺽 꺽 소리를 뱉을 수 있음에 자신을 맡겼다. 꼭 어린아이 같았다. 소리 내어 우는 나는 이런 모습이구나 싶으면서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때로는 눈물이 밉기도 했다. 가끔은 홀로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눈물이 새어 나왔다. 가장 곤란한 것은 갈등이 일어났을 때다. 울음부터 터지고 마는 스스로가 얼마나 답답했던지. 나는 그렇게 미워했던 눈물을 흘리고 흘려 쌓인 슬픔을 덜어내기를 반복했다. 수천 번의 고민 끝에 무언가를 끊어낼 때도, 흘러가는 시간을 애써 이어 붙일 때도 그만큼의 눈물을 쏟아내려 했다.



눈물이 반복될수록 미련을 덜어내는 법을 배웠다. 상처의 흔적은 완벽히 지울 수 없지만,  한 번 더 최선을 다해내고 싶어서 예고 없이 찾아오는 만남에 온 마음을 내어줄 준비를 했다. 이토록 숱한 긁힘에도 처음과 같은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건, 오히려 눈물이 많기 때문이었다. 좋아할수록, 힘겨울수록 쏟은 눈물이 어찌 되었든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 생각하면 눈물을 너무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책의 한 구절에 미어질 듯 울고, 위로를 고, 다시 며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으니. 어쩌면 눈물이 많아 다행일 거라고, 괜찮다고 토닥여준다. 그러니 힘들어도 슬픔에 더 솔직해져 보자고 다짐한다. 누군가가 어렵게 쏟아낸 눈물을 받아줄 수 있도록. 나 또한 마음 기댈 수 있는 곳에서는,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에게는 눈물을 감추지 말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