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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소소 Nov 06. 2024

지켜보는 것만으로

타인의 세상을 지긋이 바라볼 때가 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채워지는 순간이 온다.


일요일 아침, 사람 없는 3층 예배당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어린 아들과 아버지였다. 네 살배기 아들을  안고 있던 아버지가 발버둥 치는 아들을 내려준다. 지루한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아이에게 시선이 꽂힌다.

'나도 저 때 똑같이 뛰어다니곤 했었지.'

늘 3층 구석 자리에 앉았던 아빠를 따라다녔다. 가만히 앉아 있기가 심심한 아이를 누가 모를까. 잡기도 전에 뛰쳐나가 놀이터처럼 배회했던 날. 아마 이 아들도 그런 마음일 테다. 돌아다니는 아들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아버지가 보였다.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와 끝자리에 있는 나를 번갈아 보고는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그러다가 난간에 다리를 올리니, 지켜본 아버지가 잽싸게 달려 나간다. 아이를 조심히 내려놓고 다시 바뀐 자리에서 아들을 지켜보는 아버지였다. 그렇게 자리가 몇 번바뀌어도 그 자리에서 아들을 지켜주는 아버지이다. 이내 돌아다니는 게 힘들어졌는지, 아이가 슬그머니 내 옆으로 왔다. 말없이 눈을 맞추고 다시 아버지에게로 가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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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동화 속에 나올법한 농가 카페를 다녀왔다. 들어가자마자 고양이 두 마리에게 마음을 뺏겨버렸다. 햇볕을 받아 빛이 나는 고양이였다. 다정한 소개를 건네는 사장님에게 고양이는 아들과 같은 존재인 듯했다. 언젠가 문밖으로 나가 한 달 만에 돌아왔다는 고양이. 힘들었는지 빼빼 말라 왔다는 고양이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신다. 그래서인지 유일하게 리본을 달고 있는 이 아이를 사장님은 애타게 부르신다. 조금만 안 보여도 이름을 불러 찾으신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가는 길, 그 고양이가 우리를 따라 나왔다.

"너 여기 있으면 안 돼-"

그래도 계속 따라 나와 풀밭을 거니는 고양이다. 걱정돼 창문 밖을 쳐다봤더니 다행히 사장님이 보인다. 멀리 가지는 않는지 보이는 곳에서 고양이를 지켜보신다. 대문 앞 화분에 물도 주고, 식물을 가꾸기도 하면서 다시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돌본다. 떠나는 길에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지켜본 덕에 안심이 된다.



잠시 내가 모르는 세상에 발을 디딜 때가 있다. 그 자리에서 타인이 나누는 삶과 사랑을 바라볼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게 전달된 마음이 내 안에도 가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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