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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우리가 되기 위해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후쿠오카

by 슬로우소소

저를 잘 아는 사람이 말해줬습니다. 멀리 갈 때는 반드시 배탈약이랑, 멀미약을 챙기라면서요. 여행이란 건 꼬박 그날만을 기다릴 정도로 설렘을 안겨주지만, 예측할 수 없어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늘 몸으로 나타났던 불안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동했어요. 새벽 4시, 알람이 울리자마자 꾸르거리는 배를 쥐어 잡고 약 하나를 삼켰습니다. 3박 4일 동안은 원래 있던 자리를 잠시 떠나게 돼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만나게 됩니다.


목적지는 후쿠오카, 생애 첫 해외여행이랍니다.




1일 차 새벽 6시_


"괜찮아? 창문 열어줄까?"


출발한 지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났을까요. 그날 깊이 깨달았어요. 공복에 멀미는 제게 있어 치명타라는 걸요. 옆에서 골골대는 게 걱정되는지 여행메이트인 D군이 반복하여 말했습니다. 결국 예정에 없던 휴게소에 도착해 우동 한그릇을 비웠어요. '급하게 먹은 첫 끼'로 묻어두기에는 너무 맛있었나 봅니다. 이후 금세 쌩쌩해져 배를 채우기에 바빴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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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후 비가 많이 내려 유독 흔들림이 심했어요. 늘 그랬듯이 두 눈을 꼭 감고 D군의 손을 잡았습니다. 의지할 수 있는 상대에게는 이런 모습도 서슴지 않게 보이게 돼요. 언젠가 이런 적이 또 있지요. 어린이용 놀이 기구가 무서워 겁내던 저를 D군은 재밌어했습니다. 저와 달리 아무렇지 않게 가는 D군을 보며 안정을 느끼게 됐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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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에게 완전한 안정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저를 걱정 인형이라고 부르는 D군에게도 나름의 동굴이 존재했어요.


"소소, 이거.. 데이터 로밍(다른 국가에서도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제대로 된 거 맞을까? 아니면 어떡하지?"


데이터 로밍이 잘 됐는지, 이게 맞는지에 대한 여부로 한 시간 정도를 보냈습니다. 국내선까지 무료 셔틀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걱정 동굴 속에서 끊임없이 헤매야 했어요. 지하철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맞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지하철 패스권을 공항에서 교환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다시 돌아가야 했어요. 그래도 한층 편안해진 D군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와요. 빼곡히 적어놓은 일정표와 달라져 더 재밌어진 하루입니다. 셔틀버스를 2번이나 탄 사람은 우리가 유일하다는 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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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지하철 개찰구에서 표를 넣고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역무원분께서 급히 표를 가져다주셨어요. 안절부절못하는 저를 보고 호탕하게 웃으시던 게 생각납니다. 푹신한 지하철 의자에 앉아 텐진역까지 가기를 기다렸어요. 붐비는 관광객 사이로 서류 가방을 든 회사원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까요. 매우 힘들어 보이는 뒷모습을 남몰래 응원했습니다.


숙소까지 내려 걸어가는 동안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어요. 거리 한편에 쭉 들어선 포장마차가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자리는 꽉 채워져 있었지요. 좁은 골목을 부엌 삼아 직접 면을 삶고 고명을 올리는 사장님이 보였어요. 모난 부분 없이 참 귀엽다는 느낌이에요. 쨍한 표지판과 둥글둥글한 자동차들, 정겹게 울리는 신호등 소리까지- 모든 것이 신기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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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코 백화점 안에는 다양한 굿즈샵과 먹을거리가 많습니다. 그중 저녁 식사로 택한 메뉴는 함박스테이크였어요. 뜨거운 돌판에 제공되는 고기를 자유롭게 구워 먹는 방식이었지요.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식당이라 그런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재빠르게 한국어 메뉴판을 가져다주십니다. 덧붙여 앞뒤 옆자리에서 한국말이 들려오기도 해요. 이는 밤이 되어도 변함없었습니다. 우연히 찾아간 텐진 거리의 2층 선술집은 모두가 한국 사람이었으니까요.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묘한 친숙함을 느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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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오전 9시_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서둘러 나왔습니다. 5월 초임에도 날씨가 꽤 쌀쌀했어요. 숙소 바로 앞에 회사가 있어 다들 양복을 입고 바쁘게 걷고 있었습니다. 근처 공원에는 흡연실이 있었는데, 출근하기 전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분들도 많은 듯했어요.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온 D군이 머쓱해하며 말했지요.


"아니, 저기 있는 분들 다 신형만 아저씨(일본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 <짱구는못말려>에 등장하는 인물)야."


아무래도 저희는 누가 봐도 관광객다운 복장이었으니까요. 그 말이 웃겨 한참을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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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아 스테이지 지하 2층에 가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모여 있어요.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정식 두 개를 주문했습니다. D군은 '도미 머리 조림 정식', 저는 '연어구이 정식'이었지요. 명란을 함께 주셔서 밥 위에 얹어 먹을 수 있었어요. 망설이다 먹어본 도미 머리는 생각보다 맛있어 놀랐습니다. 저희 말고도 아침 식사를 하는 분이 여럿 계셨는데, 현지 분들이라 다들 밥그릇을 들고 먹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순간 고로상(일본 만화 <고독한 미식가>를 원작으로 방영 중인 일본의 드라마 주인공)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슬쩍 밥그릇을 들어봤는데, 습관이 습관인지라 다시 원래 먹던 방식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침인 게 무색하게 밥 한 톨 남김없이 싹싹 비웠지요.


이후 텐진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2일 차의 핵심은 소도시인 '유후인' 탐방이었어요. 유후인까지는 버스로 2시간이 걸리는데, 사전 버스 예약하기가 쉽지 않아 힘들게 구한 표였지요. 구석구석 자판기가 많아 음료도 뽑고, 주변 구경을 하다 보면 버스 시간이 됩니다. 줄을 서고, 탑승하는데 D군이 뭔가 싸한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표 검사를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며 재빨리 내렸는데 정말 다른 곳으로 가는 차였습니다. 하마터면 생판 모르는 곳에 버려질 뻔했어요.


다행히 제대로 된 유후인행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는 점이 신기했어요. 텐진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하카타 터미널과 후쿠오카 공항을 거쳐 갔습니다. 가는 시간이 길지 않을까 했는데, 주변 풍경을 보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더라고요. 날씨가 따듯해져 창문을 열고 운전하는 분들도 보였는데,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아저씨도 발견했습니다. 별 풍경을 다 보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있지요.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산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강을 따라 줄지어 있는 작은 집들이 무척 아름다운 온천 마을이었어요. 걷다 보면 유유자적 행진하는 말도 볼 수 있습니다. 알아보니 '츠지 마차'라는 관광 마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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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쭉 따라가다 보면 '유노츠보 거리'가 나옵니다. 다양한 디저트 가게와 과자점, 상점들을 볼 수 있었어요. 길거리 간식도 다양했는데, 그중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에 저희도 따라 섰습니다. 알고 보니 책에서 본 '금상 고로케'더라고요. 유명한 고로케집이었지요. 종류가 많아 고민하다가 기본 금상 고로케와 치즈 고로케를 택했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왜 그리 인기가 많은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플로럴 빌리지' 는 유후인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꼭 들리는 곳일 거예요. 유럽 코츠월드 마을을 본떠 만든 테마 공간이라고 합니다. 동화 속 세상처럼 꾸며진 건물과 포토존으로 구경할 거리가 많아요.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관광 구역도 좋지만, 저희가 더 특별하게 여긴 건 조용한 골목길이었어요. 시끌벅적한 곳을 벗어나 발길이 닿는 대로 가다 보니 주택가가 나왔습니다. 여기는 어떤 곳일지 추측하며 골목 탐방을 다니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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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텐진행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은 처음과 달리 적막했습니다. 길이 밀려 오후 6시 반쯤 도착했던 것 같아요. D군과 오락실과 레코드 가게를 구경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일본에서 먹는 첫 회전초밥이었지요. 피곤할 때 먹는 맥주가 정말 맛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는 제가 이런 포인트에서 행복을 느낀 걸 보면, 여행은 평소와 다른 내가 되어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있나 봅니다.


"D군, 어때? 재밌어?"

"당연하지. 깨달은 건데, 여행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


이런 사소함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도 행복을 이루는 요소겠지요.




3일차 오전 10시_

전부터 가고 싶었던 일본 정원 카페 '쇼후엔'에 가기로 했어요. 카페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가까워질수록 번화가였던 도시가 점점 한적한 동네로 바뀌었어요. 누군가에게는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아주 천천히 들여다봤습니다. 주말 동아리가 있는지 초등학교 안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고, 아담한 빵집에서는 갓구운 빵 냄새가 솔솔 올라왔어요. 추리닝을 입고 자전거를 타던 남자는 급한 약속이 생겼는지 걸려 온 전화에 빠른 속력을 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외벽에 큰 돌담이 쌓아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높은 계단을 올라가면 마침내 입구가 등장합니다. 사장님께서는 입장하기 전부터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셨어요. 매표소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반갑게 맞이해주셨지요.


울창한 나무 사이로 다다미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디 앉느냐에 따라 정원 풍경이 다르게 보여요. 쇼후엔은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숙박을 위해 방 전체를 예약한 팀을 제외하고는 머물 때 동안 사람이 오지 않았어요. D군과 저는 500엔을 내고 다과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4가지 메뉴 중 시원한 말차세트와 커피세트를 택했지요. 사장님께서는 차를 가져다주시며 무릎을 꿇으신 뒤 고개 숙여 인사해 주셨습니다. 맛있게 먹으라는 말과 함께요. 차 안에 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진하게 들어가 있을 거라 짐작했어요. 그 맛을 오랫동안 음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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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후엔에서 야쿠인역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요. 야쿠인역에서 한 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야나가와역에 가야했습니다. 장어덮밥이 명물인 소도시, '야나가와'는 뱃놀이로도 유명해요. 예상보다 지하철역에 일찍 도착해 순조롭게 갈 수 있을 거 생각했습니다. 지하철 패스권이 안된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요. 알고 보니 1일 패스권은 공항에서부터 사용할 수 있는 거라 하더라고요. 당황하여 지하철 노선을 살펴봤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D군, 우리 역무원분들한테 물어보자. 음.. 그냥 도와달라고 할까?"

"잠시만.."


니시테츠 야나가와역과 야나가와역이 같은 역인지 40분 정도를 헤매다가, 다행히 맞는 지하철에 올라탔어요. 이 과정에서 D군의 에너지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상황을 풀어보려 하다가도 혼자 해결할 시간을 갖는 게 더 좋은 선택일 것 같았지요.


"소소, 나는 아까 네가 자꾸 물어보자고 했을 때 되게 마음에 압박감이 느껴졌어."

"음.. 그랬어? 근데 모르니까 물어볼 수도 있지. 이미 잘 해결됐는데 뭐."

"근데 나는 물어보는 게 좀 그래. 그냥 모른다는 게 조금 부끄러워."


가방을 베고 잠든 D군이 조금 측은하게 느껴졌어요. 야나가와까지 가는 동안은 각자 자신의 마음을 회복하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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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할 시간을 가지니, 컨디션이 나아졌습니다. 뱃놀이 선착장까지는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햇빛에 대비하여 머리에 쓸 수 있는 갓도 미리 대여할 수 있었지요. 시간이 되어 나가보면 선착장 바로 앞에 기다란 배가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로 올라타니 사공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오셨어요. 어떤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한국말로 알려주셨습니다.


"어디에서 왔어요?"


뱃놀이는 약 70분간 하게 됩니다. 배 위에서 사공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야나가와 지역의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중간에 '韓国人(캉코쿠진- 한국 사람)'이라는 말이 들려 뒤를 돌아봤더니, 모두가 저희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한국인 커플분들이 와주셨는데, 일본말을 전혀 모르십니다."라고 하셨더라고요. 저희가 잘 알아듣기를 바라셨는지 중간중간마다 한국말을 섞어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야나가와 뱃놀이는 참 정겹습니다. 다른 배가 지나가면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어요. 지나칠 때마다 반대편 배에 타신 분들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해주십니다. 다리 위에서 아빠와 함께 낚시하고 있던 꼬마가 생각나요. 입질이 온 순간 모두가 놀라며 꼬마를 쳐다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긴장됐는지, 아쉽게도 물고기를 놓쳤어요. 다 같이 탄식하는데, 이런 순간이 얼마나 정겹던지요.


막바지가 되니 사공 할아버지가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유일하게 잘 아는 한국의 트로트라고 하셨는데요, 바로 '무조건 무조건이야'였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잘 부르시던 할아버지는 뒤이어 프랑스 노래로 넘어가셨어요. 짧은 시간에 정이 들었는지, 내리는 순간이 아쉬웠습니다. 다시 다음 배를 준비하던 사공 할아버지에게 슬쩍 손 인사를 건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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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이 찾아왔습니다. 식당 예약을 하지 않아 주변을 한참 거닐었어요. 그중 즉석에서 홍보하던 가게가 있어 자연스럽게 들어갔습니다. 바깥 테이블은 흡연석이라 단 하나뿐인 안쪽으로 배정받았지요. 후쿠오카는 모츠나베도 유명하다고 해요. 쉽게 말해 일본식 곱창전골입니다. 국물 한 입을 떠먹는데, 순간 면을 말아 김치와 먹으면 참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메뉴판에 짬뽕면과 김치가 있어 바로 주문했습니다. 먹다 보니 옆자리에 있던 한국분들도 저희와 똑같이 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듣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이야기 소재가 비슷해 흠칫하고는 했습니다.


"소소, 부족한 남자 친구랑 여행하느라 고생 많았어."


D군은 여행 끝 무렵 꼭 이와 같은 말을 하고는 했지요.


"아니야, 부족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을 발견한 거지."

"아까처럼 내가 꿍해있을 때는 나 자신한테 화난 거니까..그럴 때는 혼자 생각할 시간을 줘."

"그럼. D군도 얼마나 답답했겠어."


'함께'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같은 기억과 시간을 공유하는 건, 상대방을 더 알게 된다는 것이기도 해요. 누군가의 한 부분을 알아간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것이기도 했지요.


이런 부분에 있어 각자의 시간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됩니다. 함께 있기에 시너지가 나는 순간도, 혼자가 필요한 순간도 모두 존재했어요. '우리'가 되기에 양보해야 할 것을 찾아가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함께라서 좋다는 사실이 가장 큰 기쁨이지요. 함께할 수 있어 빛나는 이유였습니다.




역시 사진을 잔뜩 찍었어요. 꿈같은 나날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찍은 사진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찍는 이유와 보는 이유 또한 같습니다. 기억하기 위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보게 돼요. 좋은 기억으로 내일도 웃으며 보낼 수 있게 말입니다. 그렇게 물든 추억을 또 하나의 기록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소소, 브런치 주소 다시 보내주라. 주변에 보여주고 싶거든. 아, 하트도 누르라고 했다?"

"있잖아, D군.."

"응?"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해 줘서 고마워.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아줘서 고마워."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기쁨을 준,


"소소, 나는 네가 알게 해줘서 고마워."


당신에게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슬로우소소 입니다:) 이렇게 에필로그도 마무리되었네요. 이번 편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쓰고 그리는 동안, 부족한 점이 많지 않을까 항상 걱정하는데 그럼에도 봐주시고, 소중한 댓글 남겨주신 모든 작가님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말은 글을 봐주시는 작가님 한 분 한 분께 드리는 인사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다음은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아직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꾸준히, 즐겁게 해보려고 합니다. 다짐을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고민해서, 또 다른 기록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날씨가 더운데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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