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난임의 강을 지나며 기도를 한다-
6번의 배아 이식이 모두 실패로 끝나고 추운 겨울이 왔던 그때, 친구 회사의 점심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꽁꽁 언 얼굴과 손을 녹이기에 따뜻한 칼국수가 제격이었다. 일부러 더 힘든 척할 필요도 없고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다. 그저 딱 힘든 만큼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지금을 나누며 밥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하고 있는 취미 아닌 취미에 대해 말해주었다.
“내가 요즘 장난감을 모으고 있는데 말이야. 애들 먹는 초콜릿을 사면 그 안에 들어있는 거야. 10종류던가 12종류던가. 여하튼 나 거의 다 모았어. 그런데 딱 하나가 안 나와 어제는 12개를 샀는데도 그것만 안 나오더라니까 하하하”
가지고 싶고 이루고 싶은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해는 참 고단했는데 나는 먹지도 않는 초콜릿을 사서 장난감을 확인할 때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그래도 한 번만 더 하고 바라는 스스로가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별다른 말 없이 밥을 먹었다.
친구의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갑자기 친구가 편의점으로 내 팔을 이끌었다.
“자 , 다시 한번 골라봐.”
“그럼 너 하나, 나 하나 하자~”
내가 먼저 초콜릿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꽝이다.
이제 친구의 차례. 어머, 근데 웬일이야. 내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마지막 남은 그 인형 아닌가. 순간 친구가 한마디 한다.
“이것 봐. 간절히 원하는 건 오지 않아. 난 진짜 너무 싫어.”
누구보다 나의 난임을 속상해하는 친구가 대신 화를 내준다. 맞아, 간절히 원하는 건 쉽게 오지 않더라. 원하지 않은 이에겐 이토록 쉽게 허락되는 것인데.
친구가 손에 쥐어준 인형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던 그때, 결국 간절히 원하던 인형이 내 손에 있다는 사실에 힘이 생겼다. 야속하게도 원할수록 멀어지는 소원 앞에 한없이 작아지지만 그래도 계속 기도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가 어리석다고 생각하면서.
난임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오늘은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간절히 원할수록 마음의 소원과 멀어진다는 사실이 무섭고 버거웠던 그때, 그래도 기도를 했다. 너무 간절하면 오히려 멀어질까 봐 조금은 소리를 낮춰서 그래도 기도를 이어갔다. 나의 기도가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내 대신 인형을 뽑아준 친구, 내 대신 화를 내던 친구 덕이 아닐까.
오늘은 제가 당신을 위해 계속 기도합니다.
너무 지쳤다면 오늘은 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