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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배 Oct 07. 2022

두 사람만 행복하면 되는 거야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그 말

나는 인생의 문제는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어려움도 어떤 고난도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말은 나에게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도록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그러나 난임 기간 동안 나는 다른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임신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을 시가 가족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왠지 모를 나의 위축됨을, 나의 불편함을 상쇄할만한 일종의 면죄부를 받고 싶었다.


그건 바로

우린 아이 필요 없다. 너희  사람만 행복해라


@pexels


기다리던 아이를 만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건 사람의 노력만으론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너희 두 사람만 즐겁게 산다면 괜찮다. 너무 안달하지 말아라. 괜찮다. 괜찮다.


지금 생각해보면 타인이 우리 부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뭐라 할 자격도 없고 설령 어떤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그런 이야기에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다. 아이를 낳는 것도 그 아이를 키우는 것도(물론 다른 가족들의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오롯이 부모의 몫이다. 어떤 삶의 형태를 선택하는지는, 심지어 원하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어떤 상황에 대해 다른 이의 말이 왜 중요하단 말인가.


그러나 임신이라는 문제는 비단 나 혹은 우리 부부만의 관심사가 아니기에 우리를 둘러싼 어른들의 조급함, 걱정이 담겨있지만 가시가 되어 찾아오는 말들로 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부모님은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시지 않았다. 그 말을 꼭 해주셔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난 그 말을 듣고 나의 의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큰 누나가 긴 문자를 보내오셨다. 많이 힘들지라고 시작한 문자엔 나는 조카들이 많아서 조카가 또 필요하지 않고 너희 두 사람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는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누구보다 우리의 임신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언니가 누가 봐도 맘에 없는 소리를 담아 조카가 없어도 된다고 말하신 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 내 어깨의 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그날 문자를 받고 정말 엉엉 울었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사실은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저 두 사람만 행복하면 된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이번엔 어떻게 됐어? 잘 될 거야, 금방 될 거야 등등의 어깨를 두드리고 어서 더 걸어가라는 격려만으론 당시 나의 힘든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꼭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지금 그대로 두 사람의 행복이 먼저야 라는 말을 들은 후에야 나는 마음 한편 온기가 생기고 든든한 마음이 생겼다.



어떤 날은 잘될 거라는 말보다 그저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말이 다시 신발끈을 묶고 걸음을 옮기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그러니 오늘 이 글을 검색해서 읽고 있는 당신

울지 말아요.

옆에 있다면 따뜻하게 등을 쓸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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