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와 고대 문명은 한 단어처럼 어울리지만 이집트와 모던아트는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어색했다. 인터넷에도 피라미드나 고대 신전에 대한 정보는 넘쳐났지만 '이집트 현대미술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밤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현대미술관 안에 어떤 작품이 숨겨져 있을지.
나일강의 아침. 한가로이 카누를 타며 물살을 가르는 시민들.
이른 아침 호텔을 나섰다. 미술관에 들르기 앞서 차분하게 나일강을 보고 싶었다. 평소보다 강한 바람이 불어서일까. 출장 내내 카이로 하늘을 뒤덮었던 매연이 조금은 사라져 있었다. 다리 위에서 나일강을 내려다봤다. 카누를 타고 물살을 가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구름이 조금 걷히자 빛 한 줄기가 그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집트 현대미술관.
미술관은 가운데가 뻥 뚫린 구조였다. 작품은 3개 층에 걸쳐 전시돼 있었는데,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배치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지극히 개인적은 감상이지만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고 독특했으며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빛'이었다. 태양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이집트. 언제나 강렬한 태양이 대지를 비춘다. 그 때문일까. 많은 화가들이 빛을 이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표현해냈다.
얼핏 뭉크의 절규가 떠오르는 작품. 고요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흐른다. 문 너머 서 있는 남자의 시선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경건함과 신성함. 나도 모르게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동트기 직전의 지중해.
아프리카 특유의 화려한 색감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기체류객이 아니라면 현대미술관까지 들를 여유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집트의 중후 장대한 고대 문명에 앞에서 이집트 모던 아트는 한 없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에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잠시라도 시간을 내 꼭 한 번 들러보길 권한다. 그곳에선 과거와 공존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이집트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예술적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