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콜을 듣고 탑승했는데도 이륙시간까지도 착석하지 못한 사람이 넘쳤다. 기내용 캐리어를 최소 하나씩은 다 들고 타서 짐칸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차곡차곡 테트리스하듯 승무원이 요리조리 넣어봤지만 결국은 승무원 공간까지 차지하고 만 짐들.
55B
55는 비행기 꼬리자리를 의미하고
B는 3-3 구조에서 모두가 기피하여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차는 가운데 자리다.
55B 는 비행기 꼬리의 가운데자리다.
30번 부터 시작하는 이코노미 클래스 자리의 150명이 55번 바로 뒤에 붙어있는 화장실로 몰린다.
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사인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하나 둘 일어나 이 쪽으로 몰려온다. 줄은 길고, 지루한 화장실 순서를 기다리며 힐끗거리는 눈과 마주치고 물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겨운 이륙을 기다린다. 화장실의 줄과 물소리에 익숙해질 때쯤 화장실 뒤에 붙어있는 캐빈에서 음식 냄새가 난다.
된장국인가?
국내선이라 식사 제공을 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진한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한다. 화장실 줄과 분주한 승무원,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음식 냄새가 어우려져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식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2-3시간의 국내선에선 치즈 한 장 오이 몇조각 햄 한 장 따위가 들어간 납작하고 퍽퍽한 샌드위치를 받기도 했었다.
작은 포일도시락과 종이상자를 받았다.
된장국 냄새의 정체는 김치의 일종인 시래기같은 나물을 장아찌처럼 만든 것이었다. 냄새의 정체를 안 것만으로도 덜 역한 기분이다. 포일박스를 여니 흰밥에 동그란 소시지, 당근, 양배추를 넣은 볶음밥이 가득차있다. 알록달록하지 않아 그런지 어쩐지 맛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책을 읽으며 밥 조금, 장아찌를 조금 얹어 먹었는데 꽤 먹을만하다.
그래도 과식하지 말아야지.
어릴 땐 기내식이 주는 설렘때문에 기내식을 야무지게 싹싹 비우곤 했다. 이후 장시간 비행을 몇 번 하다보니 사육당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 뒤론 적당히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게 되었다.
밥을 먹었어니 이제 좀 잠을 자고 싶다. 화장실 줄과 물소리에도 잠을 잘 수 있을까?
그나저나 그 많은 짐을 다 가지고 내리려면
내릴 땐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심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북한식당에 가 평양냉면을 먹고 운이 좋으면 공연도 보려했는데. 심양 공항은 작으니 금방 짐을 찾고 택시를 잡아 빠르게 가면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던 그 시간이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