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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어시인 Nov 21. 2021

그거

사람들이 많이 먹어 봤을 것 같은 그거


“오늘도 그거 해줄까?”



 엄마께서는 내가 입맛이 없거나 딱히 원하는 반찬이 없을 때, 항상 해주시는 메뉴가 있다. 


 그건 바로 계란간장밥. 


 계란을 탁 깨뜨려 뜨거운 기름 위로 촤르륵 올리면 투명한 젤리 같던 흰자가 우윳빛 젤리처럼 서서히 익어간다. 그리고 중간 지점의 노른자까지 하얀빛으로 변하면 잽싸게 반대쪽으로 확 뒤집어준다.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살살 하면서도 힘 있게 뒤집는 기술은 어떻게 해서 배우신 걸까??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10살인 나에게 비친 엄마의 뒤집기는 마치 호텔5성급 셰프만이 해내는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급 기술이었다.     


 식욕을 자극하는 짜고 달달한 맛을 가진 검은 간장, 코 속까지 들어와 침을 꿀꺽 삼키게 하는 고소한 참기름을 넣어 계란과 비빈 밥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반찬도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어느 날은 배추김치 하나, 다른 날에는 잘라놓은 김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다. 10년을 넘게 먹어도 그거는 여전히 최애 메뉴였다. 시간이 없을 때, 반찬이 없을 때, 가성비가 끝내주는 밥상을 뚝딱 만들어내는 그거는 역시 먹을 때마다 최고의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배고픔을 달래던 계란간장밥을 어느 새 나도 만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그 밥은 엄마께서 해주신 맛을 똑같이 내진 않지만, 비슷하게 흉내를 내며 여전히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했다. 결혼을 하고 이따금씩 만드는 계란간장밥은 J에게도 늘 환영을 받는 최고의 메뉴였다. 하지만, 엄마께서 해주신 부드러운 목 넘김, 향긋한 따뜻함, 마음 속이 촤아~~하고 풀리는 식감은 내가 한 것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전히 엄마의 손을 통해야만 나타나는 고유한 특성이었고, 엄마께서는분명 지금도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고급 기술을 보유하신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친정집에 종종 찾아뵙지만, 계란간장밥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가족들과 함께 먹는 메뉴 중심으로 준비해주시기에 나 혼자 즐겨먹었던 계란간장밥은 자연스레 잊혀졌다.  

   

 가끔 혼자서 밥 먹을 때면, 계란 후라이를 얼른 후딱 만들어 간장 1큰술, 참기를 2큰술을 넣어 챱챱 비벼준다. 참기름 향을 좋아하는 나는 엄마의 레시피를 변형하여 나만의 레시피로 계란간장밥을 만들어먹는다. 

     


“ 음~~~~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어!! ”     



 고요한 식탁 위에 앉아 허겁지겁 해치우고 나면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온다. 엄마께서 해주신 따스한 식감이 없어서일까, 맛이 있으면서도 없는 듯한 계란간장밥 한 끼를 받아 먹었던 그 때가 그립다. 엄마의 빠른 손놀림으로 노른자가 반숙으로 된 상태를 톡 터뜨려 밥알을 노란빛으로 코팅한 그거, 그 맛이 내내 떠오른다.  엄마의 사랑이 밥알 한 알 한 알에 듬뿍 들어가 코팅되어서 내가 한 요리와는 맛이 다른 가보다.   

   

다음에 아이들 손잡고 친정집 가게 되는 날에는 꼭 말씀드려야겠다.    


 

“ 엄마, 저 그거 먹고 싶어요! 그거 해 주세요~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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