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몸치, 박치, 음치, 방향치..

서툼의 미

by 타인head

우리말에 ‘치’가 붙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무언가에 서툰 사람을 가리킨다.


몸치는 춤출 때 팔과 다리가 따로 놀고,
박치는 박자를 놓쳐 주변을 민망하게 만들며,
음치는 음과 박자가 따로 논다.
방향치는 지도와 나침반이 있어도 지금이 어디인지 헷갈리고, 길을 자주 잃는다.


나도 길치다. 같은 길을 걸어도 종종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고, 가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머리가 하얘진다. 주차장에서는 내 차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두지 않으면 한참을 헤맨다. 내비게이션을 켜고도 잘못 든 길에서 돌아 나오기 일쑤다. 특히 처음 가는 장소라면, 전날부터 이미 긴장한다.


서툰 자신 스스로를 보고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다. 서툴면 괜히 어색해 보이고, 남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게 된다. 그래서 서툴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상하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특히 중요한 자리,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순간에 이런 서툼이 드러나면 준비 부족처럼 보일까 걱정된다. 능숙하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 점수를 깎아 먹을까 두렵다.


그렇지만 길치라서 좋은 점도 있다. 길을 잃을까 봐 약속장소에는 늘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약속에 늦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들다가도,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골목 풍경이나 작은 가게를 발견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주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서툼 속에는 엉뚱함이 있다. 그리고 그 엉뚱함 속에는 가능성이 있다.

능숙함은 안전하지만, 서툼은 열려 있다.

완벽한 사람도 없지만, 혹시 있다 해도 그 사람에게 들을 이야깃거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할 얘기가 너무 많다.


‘치’를 품은 사람은 서툼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늘 배우며 살아간다.
그래서 그 배우는 과정이 삶을 더 다채롭게 만든다.


그러니 오늘도 서툴다는 얘기를 듣고는, 속으로, '치~' 하고 곁눈으로 흘겨보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대로 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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