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축소, 관리, 수용
며칠 전에 강연 초대받아 간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있다.
바로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네 가지 방식”이다.
사실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눠봐야지 생각했던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불안을 안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커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불안은 언제나 대화의 밑바탕에 흐른다. 그리고 사람들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상황을 풀어갈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불안은 대개 지금의 나를 둘러싼 상황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확실한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 한다. 커리어 상담도 상담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많은 논문과 이론들이 있다. 그중에서, Kim Bright's Chaos Theory of Careers (*위의 이미지 참고*)가 요즘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입시, 취업, 직장 생활, 인간관계, 심지어 건강까지도.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같은 불확실성 앞에서도 사람마다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부정(deny)이다.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현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방식이다. 순간은 편할지 몰라도, 문제는 더 큰 파도로 다가오곤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을 제일 많이 택한다.
두 번째는 줄이거나 없애려는 시도(reduce/eliminate)다. 정보를 끝없이 찾아보고, 전문가에게 묻고, 계획을 세우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 한다. 노력은 분명 의미 있지만,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눈앞의 문제는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곧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세 번째는 관리(manage)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되, 그 영향을 줄이는 방식이다. 플랜 B, 플랜 C를 세우고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현실적인 계획으로 흔들림을 줄여 나간다. 완벽한 예측은 어렵지만, 준비된 마음은 불안을 덜어준다.
마지막은 수용(embrace)이다. 불확실성을 두려움이 아니라 기회로 바라보는 태도다. 실험하고, 도전하며,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더 큰 성장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할 때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니, 제각각이었다. “무슨 말이지?” 하며 눈만 꼼빡꼼빡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은 어떤 방식인지 곰곰이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 주제가 얼마나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으로 다가오는가를 새삼 느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 네 가지 방식을 오간다. 불확실성을 부정할 때도 있고, 정보를 쓸어 담듯 모으면서 불안을 줄여보려 애쓸 때도 있다. 어떤 순간에는 차분히 관리하고 통제하려 하다가, 또 어떤 때는 “될 대로 돼라”는 마음으로 과감히 뛰어들기도 한다.
중요한 건 '지금 나는 어떤 방식으로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는가’를 자각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나를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지, 아니면 같은 자리에 머물게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가고 성장할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 아닐까. 결국 삶은,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연습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나도 강연을 하고 나오면서 나는 요즘 어떤 선택들을 했지. 지금 나는 어떻지? 질문을 하며 나왔다. 매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참 모자란 인간인지라 때로는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어야 하고, 왜 좋은 글들을 읽어야 하고, 산책도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산책하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