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나누는 대화
요즘 들어 곧 열두 살이 되는 딸과 이런 주제의 이야기들을 자주 나눈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학교에서도, 밖에서도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예를 들면 친구 사이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 고민하는 일, 단체 속에서 다수의 의견을 따를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 작은 거짓말의 유혹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 책임을 피하고 싶어지는 마음과 싸워야 하는 상황들처럼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예전에는 본능에 따라 바로 선택했던 일들이 이제는 조금 컸다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는게 느껴졌다. 스스로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게 하는 것인지 배워가고 있는 듯하다.
“엄마, 뭐가 맞는 거야?”
어린 딸의 세계에서도 그것은 쉽지 않다. 친구 편을 들어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공정하게 말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다수가 선택한 길을 따르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혼자라도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맞는지. 옳은 일은 항상 편한 선택은 아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딸이 또 물었다.
“그럼, 이럴때 어떻게 해야 해?”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면, 그 친구가 상처받지 않게 감정을 존중하면서 말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선택과 행동 앞에는 두 가지 질문이 놓여 있다. “이 일이 옳은가?” 그리고 “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하나는 방향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옳은 일을 하는 것(Do the right things)은 방향의 문제다. 이는 가치와 신념,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성실하게 일하더라도, 그 일이 본질적으로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면 결국 공허함이 남는다. 사회적으로 의미 없는 일, 자신의 양심과 어긋나는 일, 장기적으로 해가 되는 일에 온 힘을 쏟는다면 그것은 성공처럼 보일 수 있어도 진정한 성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의미를 선택하는 용기이며, 편리함보다 원칙을 따르는 결단이다.
반면 일을 옳게 하는 것(Do the things right)은 실행의 문제다. 방향이 아무리 좋아도 그 일을 해내는 방식이 바르지 않으면, 아무리 선한 목적이라도 그 빛을 잃기 쉽다. 또한 좋은 뜻으로 시작했더라도 방법이 거칠거나 성급하면 오히려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옳은 일을 선택했지만 실행이 부족하다면 이상에 머무를 뿐이고 실행은 완벽하지만 방향이 틀렸다면 그 노력은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곧 열두 살이 되는 딸에게도, 이미 어른인 나에게도 이 두 가지는 쉽지 않은 질문이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일도 어렵지만, 그것을 옳은 방식으로 해내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마다 이 질문 앞에 선다. 친구와의 갈등에서, 직장에서의 결정에서,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조차 말이다. 때로는 방향을 정하는 데서도 망설이고, 때로는 방법을 선택하는 데서도 흔들린다.
아이도 나도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도 하고, 때로는 후회도 한다.
나는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옳게 하고 있는가?
오늘 딸과 대화를 하면서 나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거 같아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