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죠?"
저번 주, 딸이 봄방학이여서 나도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았다.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 때는 몰랐던 동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게 됐는대, 이틀에 한 번 꼴로 우리 동네 앞에 조용히 구급차가 왔다 갔다하는 것을 봤다. 처음엔 ‘어디 편찮으신 분이 계신가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몇 번 더 오는 것을 자세히 보니 같은 집을 들어갔다 나갔다 했다. 그 집에 사는 분들과는 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오며 가며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고 미소를 나누던 이웃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차에, 우연히 외출하다 그 집의 가족 한분과 마주쳐서 이번에는 다가가서 잠시 인사를 나누다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
그분은 무거운 한숨 내쉬며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아내분이 2년 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으셨고, 최근엔 증상이 심해져 거동이 어려워지고 인지장애도 심각해졌다고 하셨다. 간호사가 나흘에 한 번 방문해 도움을 주지만, 갑작스럽게 넘어지거나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구급차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셨을까.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을 보내고 계실까. 인사만 하고 지나쳤을때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그 분들의 소식에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생각해 보면, SNS 속 사람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여행지의 웃는 얼굴, 고요한 일상, 평온한 분위기. 겉으론 아무 일 없는 듯 보이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눠보면 누구나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겉으론 잔잔하지만, 우리 모두는 냄비 위에 덮인 뚜껑처럼 살아가고 있다. 속에선 무언가 항상 보글보글 끓고 있다. 감정들, 책임들, 고단함들이 있다.
인간의 삶이 원래 이렇게 바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바라는건 넘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 때로는 불을 줄이고, 뚜껑도 살짝 열어 김을 식혀주는 여유도 필요하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다른 사람의 냄비 뚜껑도 열어 확인해 보면 좋겠다. 그저 한 마디 안부로도 우리는 서로의 뚜껑을 살짝 열어줄 수 있다. 넘치지 않게.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