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사람
만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어쩐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화가 술술 이어졌다.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꼭 깊고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뭘까?
말했더니, 상대가 말했다.
"우리는 결이 맞잖아."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결이 맞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우리가 말하면서 종종 사용하지만 뜻을 깊이 들여다보지는 못한 것 같아서, ChatGPT에 ‘결’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숨결, 물결, 나뭇결, 피부결… 여러 의미가 나왔다.
결국 ‘결’이란, 사물이나 사람 안에 흐르는 고유한 흐름과 리듬, 그 본연의 방향성을 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결이 서로 어우러질 때, 사람들은 ‘결이 맞는다’고 말하는 걸까.
그 말을 곱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끔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정작 나 자신을 정확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혹시 나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결이 맞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함께 있을 때의 편안함,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무언가—그 모든 순간 속에 어쩌면 내 결,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