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부터 엄지손톱 만한 함박눈이 오고 있다.
요즘 며칠간 한파가 몰아치더니 오늘은 제법 눈 같은 눈이 와서 쌓인다.
전에는 눈 내리는 날을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눈 하면 도로 막힐 걱정, 운전할 때 위험할 것 같다는 걱정...
그런 전혀 "아름답지 않은 생각"들이 앞선다.
눈이 오기 전 세상이 회색이 되면서 고요해지는 그때부터, 눈이 내려 천천히 쌓여 갈 때까지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묘한 감정을 느끼며 내리는 눈을 즐겼었는데, 이제는 별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나이 드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이는 그냥 흘러가듯 먹는 것이고,
한해 한해 보내면서 사람이 지치고 물들어가는 게 무섭다. 내가 그러고 있다는 게 두렵다.
작은 것,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일들이 고맙고 감동적이던 때가 그립다.
나는 오늘 새로운 마음을 먹었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기로...
그런 날에 이렇게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라도 내가 가졌었던 눈 내리는 날의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꼭 그래서 만이 아니더라도 사실 오늘은 조금 설레긴 했다.
그동안 사회와 일상에 물들어 되는대로 "그냥 그렇게" 살려고 했던 마음을 버리기로 한 오늘이었기에.
내 나태했던 생각들을 하얗게 덮고, 그 위에 새로운 발자국을 찍을 수 있도록
눈이 와서 소복이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