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처음 시작할 17살 무렵. 레슨을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청역에 위치한 스승님의 댁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 어려웠다. 그때는 남들 앞에서 말을 한다는 것도 게다가 연기를 한다는 자체도, 수업을 받기 위해 스승님 댁에 가는 길도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속엔 나도 모를 꼭 해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그때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주문 비슷한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했었던 것 같다.
주문은 2호선 당산에서 합정으로 가는 그 사이에 이루어진다.
당산 역을 출발하자마자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참는다. 곧이어 커튼을 활짝 열어젖힌 듯 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저 멀리 쌍둥이 빌딩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쌍둥이 빌딩 두 건물 사이 공간에 63 빌딩이 꼭 맞게 들어오는 그 순간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는다.
어디서 본 것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꿈이 이루어질 거라 굳게 믿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 이후로 언제나 그 구간을 지날 때면 이러한 과정을 습관처럼 반복한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주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