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마다 부딪치는 고정관념과의 전쟁.

by 승민

매일 아침 우리 집은 한바탕 소란스럽다. 엄마의 요리하시는 소리에 잠이 깨는 난.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정리하고 요가매트를 펼친 다음 간단한 스트레칭 및 운동을 한다. 바로 이 시점부터 나와 어머니와의 전쟁은 시작된다.

어머니의 요리가 거의 끝나갈 때쯤이면 하던 운동을 끝내고 이어서 평소 외우고 있는 독백 대본을 체크해볼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손으로 양 턱이 벌어진 곳을 문지르며 턱을 풀고 한창 집중하고 있을 시점에 어김없이 어머니의 소리가 들려온다. “밥 먹어.” “좀 있다 먹을게요.” “국 식어. 얼른 나와서 먹어.” “조금만 있다가 먹을게요.” “식기 전에 먹으라니까! 말도 지지리도 안 들어!” 대충은 이런 식이다. 자동 반복 구간처럼 매일 아침 그 시간 때면 우리 모자의 대화는 1미리의 오차 없이 그렇게 재생된다. 그냥 어느 한쪽이 포기하면 별일 없을 것을 매일 그렇게 서로의 주장을 밀어붙인다.


고집스레 일을 마치고 부엌으로 나와 밥을 먹으려 준비하고 있으면 어머니는 툭하니 '밥 먹어'라고 하시곤 무심히 집안일에 열중하신다. 잠깐의 평화. 하나 얼마 안 있어 어머니의 집중 사격은 재개된다. 내가 반찬을 집을 때마다 어머닌 이것도 먹어라 저것도 먹어라 국 맛있게 되었으니까 국 떠먹어라 등등 내 젓가락이 스치는 반찬과는 어찌 그리 잘도 피해 가는지.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있자니 먹고 있는 날 보지 못하시는 게 더 신기할 정도다. 참고로 이 이야기를 하시는 어머니의 위치는 매번 다르다. 설거지를 하시다가도 화장실에 들어가 빨래를 하시다가도 베란다에 나가 이불을 터시더라도 언제 어디서건 어머니의 반찬 지령은 내 상으로 떨어졌다. 그러면서 동생에게도 밥을 먹으라 연이어 부르신다. (참고로 그 당시 동생은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었으며 정신없는 아침의 풍경과 상관없이 조용한 흐름을 유지하는 건 동생의 방이 유일하다.) 난 그런 엄마에게 배고프면 먹을 테니 그만두라 외친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칼날. 넌 그래서 문제라며 어떻게 애가 정이 없냐며 '넌 집에서 뭐 해먹을 때도 혼자만 해 먹지? 넌 누구 닮아서 그 모양이니 어떻게 지입만 입이고 남의 입은 입도 아니냐며 어떻게 그렇게 자기만 아냐고 그러면 안 된다’고 엄청나게 한바탕 늘어놓으신다. 그 와중에 난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끼어들지만 절대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이렇게 아침마다 우리는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정관념의 전쟁은 언제쯤 휴전을 맺을까?


실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눈앞에선 무심결에 한바탕 쏟아내지만 정작 밖에선 제일 많이 생각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어머니만 보면 원치 않게 튀어나오는 말투의 반어법은 어머닌 알고 계실까? 평상시 잘해야지 잘해야지 마음먹어도 막상 그 순간에 직면하면 마음과 다른 평소 말의 습관이 그대로 튀어나온다.


유럽여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프라하의 평화로운 풍경 안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숙소 3층의 테라스에서 지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데 무심코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때의 시간이 오후 5시 정도였을까? 8시간의 시차니까 한국은 아마 새벽 한시쯤? 주무시고 계실 어머니께 메시지를 드렸다.


“어머니 잘 지내세요? 식사는 안 거르고 계시나요? 저는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 이곳은 프라하예요. 막상 이곳에오니 어머니한테 잘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이 떠올라 죄송해요. 이곳이 마지막 여행 지니까 곧 한국에 도착하면 말씀 잘 듣고 성실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어머니 사랑해요.”


얼마 후에 긴 답장이 왔다.


“그래 아들아. 엄마는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단다. 여행 가는데 엄마가 안 좋은 소리 하며 보낸 것 같아 마음이 아프구나. 모쪼록 남은 여행 잘하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경험해서 돌아오너라. 그리고 돌아와선 네 삶에 책임감 있는 네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평소에 네가 밥 먹을 때 엄마가 옆에서 반찬 거들어 줄 때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엄마 어렸을 때는 없이 자라서 먹는 것 하나하나가 참 귀하고 소중해서 지금도 나도 모르게 그러는 것 같구나. 돌아와선 잘 지내자. 여행 조심하고 건강하게 돌아오너라.”


지구 반대편에서 이루어진 어머니와의 극적인 화해.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선 한동안 잘 지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순간이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을 잘하는 동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점이 있다. 어머니는 분명 내 마음을 느끼고 계실 것이고 나 역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우리 모자는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전쟁을 치를 것이다. 서로를 위한 전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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