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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미소 Jan 18. 2023

겨울이라는 매서운 아이

눈은 추운 겨울이 되어야 온다

따뜻한 계절에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게 눈이다.


출근을 하는데 소백산 위에 눈이 하얗다. 오랜만에 햇볕이 떠서인지 볕에 반사된 눈이 반짝거린다.

산 아래는 대부분 다 녹았는데 아직 중턱에서 정상까지는 눈이 나무들을 덮고 있나 보다.


눈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눈은 추운 계절에 내리지만 참 따뜻한 심성을 가진 것 같다.

앙상한 가지들이 추울까 봐, 대지들이 겨울 삭풍에 추울까 봐

가만가만 내려 이불처럼 포근하게 덮어준다.

아니면

꽃 피우지 못한 나무들이 서러울까 봐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난 후에 내려서

"봐! 나도 꽃피울 수 있지?" 하고 나무들을 으쓱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소백산 위에 새하얀 숄이 걸쳐진 것 같다.

웅크린 산이 조금은 포근해 보인다.


이것은 겨울의 마음이다.

어쩔 수 없이 계절의 아빠처럼 매섭고 혹독한 추위가 있어야

따뜻한 봄날과, 무더운 여름, 시원한 가을이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것 같다

마치 우리들의 아버지처럼


그러면서도 차마 매섭게만은 하지 못해

소복소복 눈을 내려 한 땀 한 땀 이불을 짜 주는지도 모른다.

날마다 무섭던 아버지가 가족 중 생일이 있으면 생일 전날이면 새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농사일을 하시다 말고 장엘 가셨다.

돌아오시는 길 언제나 한 손에는 고등어 한 손이 들려있었다고 한다.

엄하시고 말씀 없으시던 아버지셨지만 자식들의 생일은 그렇게라도 꼭 챙기시며

사랑의 마음을 보여주셨다.


술 한 잔 하시는 날 해주시는 값비싼 칭찬은 우리의 입가에 꽃을 피우게 하셨고,

그런 아버지를 어렵지만 존경하게 하셨다.


눈이 와서,

추운 한겨울에 따뜻한 눈이 내려서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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