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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27. 2016

[오늘의휴가] 8편/제주 한라산 정상 백록담

등산 초보의 험난한 성판악 코스 도전기/하절기 탐방 

“오늘” 생각난 장소에 대한 비정기 매거진 NO 8.


제주도에 온 것은 대여섯번 정도 된다. 세번은 여행으로 왔고 나머지는 회사 출장 때문에 왔다.

하지만, 한라산에 온 것은 처음, 백록담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의 목적은,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등반!이었다.

등반 전 친구들에게 사전 정보를 얻으려고 했으나

백록담에 오른 친구는 딱 한명뿐이었다.


그 친구는 눈 쌓인 백록담을 보았다고 했다.

여름에는 백록담까지 가려면 무지 더울텐데?

친구가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지만, 

등산 초보인 나에게는 겨울 산행보다는 여름 산행이 더 적합할 것 같았다.


아침 여섯시반 이전에 렌트카로 숙소를 출발하여, 

7시 전에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료를 관리직원들이 

개별로 징수하진 않았지만,

입장료, 라고 생각하고, 승용차 주차료 1800원을 관리소에 냈다.

주차료 영수증을 받으면서 

직원한테 나중에 이것을 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잘 챙겨두었다.


그리고 아침 7시에 입산을 하였다.


하절기이므로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오후 1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봤지만, 나는 조금 더 서두르기로 하였다.

(동절기에는 더 일찍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해야 한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오전 11시까지 가리라 마음먹고 부지런히 등산에 나섰다. 

체력의 한계가 슬슬 오기 시작했지만 

해발 고도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보며 한발 한발 나아갔다.

그런데, 100m 오르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백록담은 1950m라는데.. 과연 갈 수 있을까?

집 근처의 산도 거의 안 가는 등산 초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산에 겁도 없이 오른다고 마음 먹었던 건 아닐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망사고 발생 탐방로 안내 표지판을 보자 더욱 심란해졌다.

다리는 이미 반쯤 풀렸고, 진달래 대피소는 도통 보이질 않고,  결국 이쯤에서 주저 앉아 쉬기로 했다.


대학교 다닐 때는 교수님 때문에 억지로 서울 북한산 비봉까지 올랐는데

이 때도 정말 울고 싶었다.


회사 워크숍 때문에 가평 축령산에 갔을 때는 

다리가 풀려셔 결국 등반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때는 등산화가 없었기 때문에 

운동화만 신었다. 그래서 더욱 힘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등산화까지 준비하는등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지만, 

한라산에 오를 때는 등산화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등산화 마저 없었더라면

결국 중도 포기했을 것 같다.


성판악 코스는 초보자도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하지만, 

돌밭이라고 할 만큼 돌이 많은데다, 

비포장 길이기 때문에 걷는데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따라서 등산화와 생수(얼음물!)는 필수.


진달래밭 대피소의 화장실은 위생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정상까지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잘 판단해야 한다.


성판악 코스의 화장실은 2개다.

속밭 대피소 화장실, 진달래 대피소 화장실.


그나마 속밭 대피소의 화장실 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여기도 선뜻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화장실은 아니다.

그래도 화장실이 보이면 다녀오는 것이 낫다는 생각.

겨우 겨우 힘을 내서 진달래 대피소를 오전 11시에 통과했다.

진달래 대피소 매점은 현금만 사용이 가능한듯 하다.

컵라면은 1인당 2개까지 구입이 가능, 초코파이, 초코바 등의 간식도 팔고,

포카리스웨트와 생수도 팔지만 얼음물은 팔지 않으니, 얼음물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컵라면은 1개당 1500원이며 초코파이 500원, 초코바 1000원. 

포카리스웨트와 생수는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간식을 폭풍 흡입, 그 에너지로 

겨우 백록담으로 향하는 나무 데크까지 왔다.


이쯤 오면 나무 계단이 있어서 비교적 편하게 등산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는 나무 계단 왼쪽에 보이는 큼지막한 돌덩이들을 

계속 밟으면서 등산해야 한다.

발등은 부어오르고, 발톱은 빠질 거 같고,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그래도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란 생각에 힘을 냈다. 

드디어 백록담으로 오르는 마지막 길이다.


드디어 백록담 도착! 시계를 보니 오후 한시였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 원래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는데

나는 두시간 정도 걸렸다.

비가 많이 오면 백록담에 물이 가득하다고 하는데, 

이번 여름엔 비가 오지 않아서

백록담 바닥이 바짝 말라있었다.


그래도 하늘과 가깝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20여분 정도 구경을 하고 1시 30분 이전에

백록담을 출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려가는 길이었다.

다리가 풀려서 백록담에서 진달래 대피소로 이어지는 나무 데크를 거의 기어서 내려갔다.

어떻게든 해지기 전에는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겨우 겨우 발걸음을 옮겼더니 

오후 3시에 진달래 대피소 도착. 

오전에 진달래 대피소에서 만났던 (감귤 나눠주신) 등산객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그들을 볼 수가 없었다. 

곳곳에 있는 조난 신고 표지판을 보며 

탈진했다고 신고해야 하나 온갖 생각이 다들었지만, 


(나의 상태를 보고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다리가 풀린 거 같은데 

성판악 입구까지 내려갈 수 있겠느냐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7살~8살쯤 되어보이는 어린 친구들도, 

잘만 내려가는데, 이렇게 너부러져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섰다.




그래서 오후 7시에 성판악 입구인 탐방 안내소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아침 7시에 출발했으니 장장 12시간 걸린 셈이다.

성판악 코스는 왕복으로 평균 9시간 코스이다.

그래도 해가 지기 전에 내려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성판악 코스는 편도 9.6km이니 하루에 왕복 20km나 걸은 셈이다.

그야말로 개고생을 해서 백록담을 보았으니 

다시는 한라산에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만약 친구들이 내게 백록담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1. 평소에 본인이 잘 걷는 편인가?

(최악의 경우 12시간 이상도 걸을 수 있는가?)

2. 그렇다면 비포장 돌밭길도 잘 걸을 수 있는가?

3. 등산을 해본 적이 많은가?

4. 체력이 좋은편인가?

5. 물이 가득찬 백록담을 꼭 보고 싶은가?


이 항목중에 어느 것이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백록담 등반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차는 것은

인간의 의지로 조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평소 걷는 걸 싫어하거나 

(걷기 싫어서 택시를 종종 타는 편이라면 완전 비추)


등산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면 성판악 코스는 절대 쉬운 코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왔으니 한번쯤은 한라산에 가보고 싶고,

기왕 한라산 등반을 하기로 했으니, 정상까지 올라가보자, 라는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는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할 것, 

발에 잘 맞고 움직이기 편한 등산화를 준비할 것, 

몸을 의지할 수 있는 등산스틱을 준비할 것, 

그리고 동절기보다는 해가 긴 하절기에 갈 것,

감귤이나 초코바 등 당을 보충해줄 수 있는 먹거리를 준비할 것. 


(그래야 남들보다 늦게 하산하더라도, 해지기 전에 

내려올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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