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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Nov 04. 2016

[M.M.C] 32편/종의 기원/정유정

Madam Mystery Cabinet No.32

 

종의 기원 

 정유정 장편소설 

 

  친한 지인으로부터 스포를 들었다. 

  마침 정유정 작가의 펜인 그녀가 책을 완독 한 순간 내가 앞에 앉아 있었던 탓도 있다. 

 그래서 어쨌냐고? 확실히 모자랐다. 

 책장을 펼칠 때 드는 설렘 아흔아홉 개. 그중 아흔 개가 끊어진 것이다. 첫 문장을 읽기도 전에. 

 스포는 한마디였지만 강력했다. 

  다행인 것은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 전까지 책장을 쉬이 덮을 수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는 애써 못 들은 척했다. 주인공 유진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을 수 없었다. 그의 이야기가 자신을 옹호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끝까지 들어야 했다. 생각은 그다음이었다.

  

  개인적으로 시점이 가해자인 작품은 힘들다. 

독자 입장에서는 소설의 시점으로 사건을 겪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진의 눈으로 사건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같은 장면이라도 제삼자의 눈으로 보는 것과 달랐다. 직접 흉기를 들고 흩뿌리는 핏물을 뒤집어써야 했다. 덕분에 책장을 덮은 후 나온 점심(메뉴가 고추기름을 들이부은 순두부찌개였다.)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마지막 문장에 다다랐다. 나는 안도했다. 

그제야 생각이란 걸 할 수 있었다. 그제야 작가가 겪었을 노고의 천만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간사한 인간답게 아쉬움이 밀려왔다.      

  ‘태양이 은빛으로 탔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부터 

  ‘짠 바람을 타고 피 냄새가 훅, 밀려왔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까지.     

  

  연민을 가진. 잊고 싶은 기억은 잊는, 그리고 여전히 자기 연민에 빠진 유진의 칭얼거림으로 가득 찬 이야기.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작가의 깊은 내공이야 말할 나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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