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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Nov 04. 2016

[M.M.C]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Madam Mystery Cabinet  외전5     


 무현, 두 도시 이야기     

  


  2016년 11월 4일 오전 10시 30분경, 구로 CGV로 가는 길.

  하늘은 낮고 심정은 참담했다.

  창밖으로 구로 소방서가 보였다.

  버스 라디오에선 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흘러나왔다.

  ‘아이러니’

  높낮이도, 영혼도 없는 기계적인 목소리.

  그런 소리를 들으며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 나는 목소리를 들으러 갔다.        

  

  평일 오전 시간. 그럼에도 좌석의 대부분이 찼다.  

  실내 등이 꺼졌다. 새까만 화면 위로 떠오른 자막.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절이었고, 불신의 시절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으며,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중에서 -’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주인공은

  두 무현(노무현, 백무현)과 두 도시(2000년 부산, 2016년 여수)였다.

  16년이라는 시간의 틈에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많이 닮았다.

  부산에서 여수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약 195Km.

  자동차로 2시간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

  하지만 분단 이후 두 도시의 역사적 거리는 너무도 멀었다.

  두 사람은 각각 2000년, 2016년. 두 도시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나섰다.

  영상은 시간과 도시를 오가며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았다.

 

  한동안 나는 ‘구조’에 절망했었다.

  허술하고 허접한 ‘구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견고했고 무너지지 않았다.

  ‘구조적인 악’은 이제 일상화되어 인식조차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으로 관심을 돌렸다.

  개인과 구조를 단순한 이분법으로 분리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구조’에 등을 돌리고 싶었다는 것.

  

  영상이 끝나고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가 흘렀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한국 사회의 구조가

  이 미친 시대의 구조가

  90초에서 9분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핵심은 다 빠진

  현 대통령의  어처구니 없는 변명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여전히 저들의 구조는  견고해보일지라도

  "저것은  벽   ~~~"

  입안에 맴도는 구절을

  읊조리며 정신을 차렸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이라고 말할 때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까지

잎 하나는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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