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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Feb 13. 2017

[책을 빌리다] 14편. 상냥한 폭력의 시대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문학과 지성사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어떤 책이 인기가 있을까?

도서관 대출 베스트에 속한 책을 읽는, 월요일의 리뷰.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2017년 1월 한달동안 영등포평생학습관 등에서 이용자들이 많이 대출한 책입니다.


대학생이었을때, 정이현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당시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고 난후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 소설집이 출간될 당시에는 일상의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는 (주로) 여성들의 심리묘사가 두드러진 소설이 유행을 했다.

소설을 읽고나면 독자또한 무기력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그 소설의 주인공도 여성이었으며 암울한 현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그런 느낌에 나는 정이현작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가는 그 이후로 <달콤한 나의 도시>를 출간했으며,

2~30대 독자들의 호응을 받게 되었다.

그 소설은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당시 소설 속의 주인공이 3~40대의 여성이 대부분이었다면,

<낭만적 사랑과 사회>와 <달콤한 나의 도시>는 주인공의 연령층이 2~30대로 낮아졌다.

청년층을 그리고 있기에 소설은 발랄하고 발칙했었다.


그리고 십년정도 흐르고 난 후,

정이현 작가는 3~40대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집을 만들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와 <달콤한 나의 도시>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나이를 먹었다면 이런 모습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을까.


이 소설에서는 잔인하리만큼 현실의 암울함이 잘 녹아있다.

<안나>에서 처럼 화려한 20대의 모습은 찰나였다.

아름다운 시절은 금방 흘러갔으며 청춘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삶과 죽음, 그리고 현실의 무게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 힘을 털어 어렵게 마련한 우리집이 목메달아 자살한 사람의 집이였으며

꺼림찍함에도 불구하고 그 집에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


작가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처한 문제적 모습만을 보여줄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그들을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

2017년 도시의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 십년 뒤에 작가가 그려낼 4~50대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화려하게 포장된 청춘을 살아가는 이들의 몸부림을 지나

현실에 발을 옮긴 후, 사회의 쓴 맛을 알아가며 무기력해지는 그들은

이제 십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나이가 들어가게 될까.


"샥샥과 나 사이에, 바위와 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줄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샥샥은 샥샥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바위는 바위의 속도로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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