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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Mar 30. 2017

[달.쓰.반] 58편/무서운 재단사가 사는 동네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시리즈 01/ 러쉰 케이리예 지음/정영문 옮김/리젬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58


이미지 출처: 인터파크 도서

http://clsmall.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aNo=007&sc.shopNo=0000400000&sc.prdNo=203841206


                                                                                                                                                                            

무서운 재단사? 뭐가 무섭다는 걸까?

검은색 표지가 인상적인 그림책 한권을 집어들었다. 

번역가의 이름도 낯익다. 정영문.

허무주의적 색채가 짙은 소설을 쓴다고 평가받는 소설가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번역했다고? 

이 그림책은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단편 영화로 상영된 적도 있다고 한다.

점점 호기심이 생긴다. 



어느날, 한 마을에 레자드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당나귀를 타고 찾아온다.

이 마을에는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옷감을 싹둑싹둑 훔쳐가는 재단사가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재단사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그뿐이다.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편,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레자드씨는 재단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은 옷감을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 소리를 친다.

마을 사람들은 레자드씨를 걱정하지만

레자드씨는 자신의 당나귀를 내기에 걸겠다고 한다.


호기롭게 재단사를 찾아간 레자드씨. 

재단사는 레자드씨를 보자마자 칭찬을 늘어놓고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도 풀기 시작한다.

재단사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 레자드씨.

레자드씨가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보채는 틈을 타서

재단사는 그의 옷감을 마구 마구 잘라간다.


레자드씨의 옷감을 훔치는데 성공한 

재단사는  이렇게 작은 옷감으로는 옷을 만들 수 없다고 

호통을 친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레자드씨. 

언제 옷감을 훔쳐갔냐고 묻자 

도리어 재단사는 이렇게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으면서
정작 자신의이야기는 들을 줄 몰라

결국 레자드씨는 재단사에게 옷감도 빼앗기고

마을 사람들과의 내기에 걸었던 당나귀까지 잃고 만다는 내용이다.


짧은 분량의 그림책이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신만은 예외일거라고 생각하는 레자드씨의 무서운 교만.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무서운 마을 사람들. 

세치 혀로 남을 속이면서도 도리어 큰소리 치는 무서운 재단사. 


'어리석은 사람의 신념이 무서운 이유는 무엇인가?'

'부패한 권력은 어떻게 계속 유지되는가?'

그림책을 덮고 이 두 가지에 대해 생각했다.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책이다. 

검은 바탕에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그림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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