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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Mar 26. 2017

[달.쓰.반] 57편/탄핵사건선고결정문

알라딘 무료 배포 ebook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57


지난 3월 10일 금요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있었다.

비록 생중계 동영상은 보지 못했지만

업무상 사용되는 메신저를 통해

회사 동료들로부터 선고 진행 과정을

전해듣고 있었다.


그러나!

이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메신저 단체창의

스크롤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침내 피청구인을 파면한다는 주문이 발표되었을 때

메신저창에는 '짤방'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명절 연휴 시작되기 전,

근무시간을 단축한다는 공지가 뜰 때보다 더 많은 짤방이 생성되었다.


이후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는 결정문이 올라왔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이것을 ebook으로 제작, 무료 배포하였다.

나는 ebook을 다운받아 스마트폰 앱과 PC뷰어 등을 통해

틈틈이 읽어보았다.

 

먼저 '결정요지'는 이정미 재판관이 선고일 당시 읽은 내용이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범, 김○, 정○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결정문에는 사건의 개요부터 8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파면'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고 풍요로운 가운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면, 앞으로 대통령이 이 사건과 유사한 방법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도 파면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비선조직이 강력한 대통령 권력에 기대어 고위공직자의 인사와 국가정책의 결정에 개입하여 사익을 취하거나 또는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기업으로 하여금 자신이 주도하는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도록 하는 등의 위법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를 용인해야 하고 이에 따른 정경유착 등 정치적 폐습은 확대ㆍ고착될 우려가 있다.


이는 현재의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적 가치와도 충돌한다. 그렇다면 우리 헌법의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를 인용하여야 한다.


일찍이 플라톤은 50대에 저술한 「국가」에서 “통치하는 것이 쟁취의 대상이 되면, 이는 동족간의 내란으로 비화하여 당사자들은 물론 다른 시민들마저 파멸시킨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플라톤의 경고는 우리가 권력구조의 개혁을 논의하는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아모스 5장 24절).”

성경말씀이다. 불법과 불의한 것을 버리고 바르고 정의로운 것을 실천하라는 말씀이다.


이 사건 탄핵심판과 관련하여 국민간의 이념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이다.


한때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아주 짧게 법률 공부를 해보기도 하고, 잠깐이나마 취직을 해본적도 있다.

그 당시 여러가지 판례문을 읽어보기도 하고,

법원의 재판 방청도 몇번 해보았지만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그만큼 법률 용어는 어렵게만 느껴졌고,

결국 그쪽으로는 아예 취업의 뜻을 접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한번만 읽어도 바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게 작성되었다.

결정문을 읽으면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87년 6월 항쟁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스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이제 한달여후면

이른바 '장미 대선'이다.


회사 동료들 중에는

5월 황금 연휴에 여행계획을 잡아놓은 사람들이

많지만,  꼭 부재자 투표를 하여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한다.


3월의 마지막 주말,

탄핵선고결정문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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