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 뮈소, 밝은세상
※ 본문에 영화 및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많다.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많은 컨텐츠에서 여전히 많이 쓰이는 소재가 바로 타임슬립(time slip)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처럼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사소한 일(물론 가장 큰 일일 수도 있다)에서부터 드라마 <시그널>에서처럼 범인을 잡고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혹은 영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처럼 인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그러나 '진부한' 타임슬립 스토리가 되지 않으려면, 그것만의 색과 주제와 공감을 주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두껍지 않고 가독성이 좋으며 무엇보다 대중적이라는 점에서 기욤 뮈소의 소설들은 그야말로 잘 읽힌다. 그리고
예쁜 처녀 옆에 앉아 있어 보라. 1분처럼 지나간다.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 1분간 앉아 있어 보라. 1시간처럼 지나간다. 이게 바로 상대성이다. by 앨버트 아인슈타인 - 40쪽
과 같이 위트 있는 문구라든가,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by 밀란 쿤데라 - 185쪽
과 같이 삶을 의미를 깨닫게 하는 문구를 각 장 서두에 놓아 재미를 더한다.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인 샌프란시스코, 그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소설의 영상화와 선명한 색에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우리나라 서울과 부산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현재의 엘리엇과 과거의 엘리엇(영화에서는 수현)으로 분한 김윤석과 변요한의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의 내적 갈등에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일리나(영화에서는 연아)가 영화에서는 수의사가 아니라 조련사라는 점,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이후에도 활발한 환경 보호 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인물, 여전히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점이 강조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아쉬웠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엘리엇의 둘도 없는 친구인 매트(영화에서는 태호)가 만나게 된 평생의 반려자 티파니의 에피소드가 생략되었다.
소설과 영화의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엘리엇과 일리나가 휴가 차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엘리엇이 홀로 죽어가는 환자의 곁을 지키기 위해 일리나와의 약속을 어긴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과거 수현과 엄마에게 폭력을 일삼다가 병상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결국 연아와의 약속을 어기고 만다. 의사로서의 신념보다 가족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보다 한국적 정서에 맞게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죽은 일리나를 살리게 되면 엘리엇의 딸 앤지(영화에서는 수아)가 태어나지 못하는 불행을 막기 위해 늙은 엘리엇이 젊은 엘리엇에게 한 당부 - 일리나를 살리고 그녀와 헤어질 것 - 와 관련해서도 소설과 영화는 주인공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인다. 소설에서는 엘리엇이 약속을 지키고, 이에 절망한 일리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수현이 약속을 어기고 연아를 만나러 갔다가, 연아가 자신의 눈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소설에서 엘리엇이 죽고 난 후 남긴 노트를 통해 시간 여행자의 존재를 믿게 된 매트가 마지막 남은 한알의 알약을 먹고 과거로 돌아가 엘리엇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후에 폐암으로 죽게 되니 담배를 끊으라는 당부를 하고 다시 미래 아니 현재로 돌아간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태호가 폐암이라는 말을 깜빡하고 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세의 수현은 살아 남았다. 태호의 말대로 담배를 끊어서일까, 담배를 끊지 않았어도 폐암에 걸리지 않아서였을까.)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불필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은 많은 이들이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영화에서 나비 효과의 무서움을 여러번 보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 더이상 잃을 것이 없거나, 절실하게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다면 자신에게 찾아온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