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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May 15. 2017

[M.M.C] 43편/환상의 여자
/가노 료이치

Madam Mystery Cabinet No.43     

환상의 여자     

가노 료이치 장편소설한희선 옮김     

 

  ‘스모토 세이지’ 그는 꽤 유망한 변호사였다. 국립대학 법학부 입학도,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패스한 것도, 그래서 도쿄의 유명한 법률사무소 소장을 장인으로 두게 된 것도. 


  그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보는지는 명확하다. 총 685페이지에 이르는 동안 세이지가 내뱉은 감상과 느낌은 충분했다. 이 남자, 자신은 모르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남자인지를.      


  제목인 ‘환상의 여자’는 세이지를 떠난 옛 연인 ‘고바야시 료쿄’를 말하리라. 하지만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세이지야 말로 ‘환상의 남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5년 전, 료쿄는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고 세이지의 곁을 떠났다. 세이지는 그녀가 떠나고 나서 장인의 법률사무소에 사표를 냈고 아내와 이혼했으며 딸의 양육권 재판에서 패배했다. 이 모든 일이 료코 때문은 아니다. 세이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 5년 전을 떠올렸다. 그녀는 왜 자신을 떠난 것일까?   

    

  5년 후, 세이지는 정말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경시청 모퉁이, 사쿠라다몬 역으로 내려가는 입구. 여자는 올라오고 있었고 그는 계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5년이 거짓말 같이 사라지던 그날, 세이지는 료코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혹스러워했고 어딘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음 날, 세이지는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간밤에 료코가 살해당했다. 사건은 곧 해결되었다. 야쿠자 그룹이 관련된 치정 사건. 범인은 죽었고 범인 동료는 자수했다. 세이지는 그녀의 시체를 확인하고서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한다. 료코의 죽음이 단순한 치정에 얽힌 사건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고향엘 가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녀의 중학교 친구를 만나고 그녀의 가족을 알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녀의 양친은 오래전에 사망했고 친척이라 할 만한 사람도 없다. 그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게 되었지만 세이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녀의 중학교 친구는 성인이 된 료코의 사진을 보고 너무 예뻐져서 잘 모르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료코의 허벅지에 생긴 흉터. 자신의 잘못 때문에 료코에게 생긴 흉터가 아직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세이지는 숨이 막혔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료코의 허벅지엔 흉터가 없다.     


  지역개발을 둘러싼 정치인과 관청, 그리고 야쿠자 조직과 그들의 거래. 촘촘하고 시적이며 무엇보다 반전이 돋보이는 이야기. 

마지막 장까지 인간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유보시키는 작품. 

  하지만 이 작품의 최고는 주인공 ‘스모토 세이지’이다. 사랑에 서툴면서도 절절한 남자는 이야기 내내 독자를 작품 안에 묶어 둔다. 그와 함께 한 685페이지 모두가 아련한 추억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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