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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Jan 31. 2018

[M.M.C] 50편/ 기린의 날개

히가시노 게이고

Madam Mystery Cabinet No.50     

가가 형사 시리즈

기린의 날개

 히가시노 게이고∥ 김남주 옮김     


#1. 아버지들의 부재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아버지가 없다. 

  작품은 니혼바시 다리 위, 기린 조각상에 기댄 채 피를 흘리는 남자로 시작되지만 곧 가가 다케마사의 3주기를 의논하는 두 사람으로 이어진다. 다케마사는 가가 교이치로의 아버지다. 주위로부터 존경받은 경찰관일지는 몰라도 마지막 가는 길에 아들을 보지는 못했다. 


  다음은 피해자다. 첫 장면에 등장한 피 흘리던 남자는 죽었다. 

아오야기 다케아키는 죽은 채로 등장한 아버지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사체를 확인하기 위해 도착한 그의 가족들. 부인은 물론 아들과 딸은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아오야기 다케아키는 집에서 그런 아버지였다. 그는 돈을 벌어오는 존재 정도. 


  아오야기 다케아키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피의자 야시마 후유키

 그는 이십 대의 젊은 예비 아버지다. 그의 아이는 애인 마카하라 가오리의 뱃속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중이다. 

기댈 곳 없는 두 젊은 남녀가 도쿄로 나와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만 살아서는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가고 있다. 그 와중에 일자리를 잃은 후유키. 그는 세상에 태어 날 아이를 위해 뭔가 해야 했다. 그러고는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죽고 말았다.  


  사건을 쫓는 형사 마쓰미야 슈헤이의 아버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마쓰미야의 어머니가 혼자서 아들 슈헤이를 키웠다고 한다.      


#2. 살아남은 아이들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않은 아들 가가 교이치로는 3주기 역시 버거워한다. 


 고모와 사촌 동생 마쓰미야 슈헤이의 성화에 못 이겨 시간을 내기로 한다. 가가 시리즈의 독자라면 가가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있다. 아버지와의 약속.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으니 자신의 임종도 지킬 필요가 없다는. 하지만 3주기를 준비하면서 가가는 중요한 메시지를 듣는다. 

 “죽어 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의무다”

  라는. 아버지는 죽어가며 아들을 보고 싶어 했다. 평소에 했던 약속은 이미 의미가 없다. 

  가가는 이 메시지를 통해 사건의 이면을 본다. 피해자 아오야기 다케아키는 가슴에 칼을 꽂은 채 니혼바시 다리 위 날개 달린 기린 조각상까지 걸어갔다. 119나 경찰서에 연락한 것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은 아오야기 유토는 고등학생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살해당했다. 아버지의 죽음만으로 버겁다. 그런데 살해당한 이유가 아버지의 비리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 이후 학교의 공기가 달라졌다. 

세상에는 살해당해도 되는 이유가 있단 말인가? 아버지는 비리를 일으켰으니 살해당해도 되는 것일까?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의 행적이다. 죽기 전 아버지는 종이학을 접었다. 그것도 간절함을 담아서 신사에 놓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도대체 왜? 

  

  야시마 후유키는 다니던 공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산재였다. 하지만 회사는 그의 입을 다물게 하고 해고했다. 야시마는 아팠고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애인 가오리가 임신을 했다. 아이가 생겼다. 야시마 후유키의 아이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절대로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 


  피해자와 유력한 피의자. 두 사람의 접점. 해고당한 피의자와 산재 사고 은폐를 지시한 피해자.  피해자는 사망했고 피의자 역시 사망했지만 관계는 분명해 보인다. 

니혼바시 경찰서의 형사 마쓰미야 슈헤이의 눈에는 물론이거니와 상부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나 보다. 마쓰미야의 사촌 형이자 선배인 가가.

 마쓰미야는 그와 함께 다니면서 혹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사건의 실체에 다가선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가가의 뒤를 힘껏 쫓는다. 사건의 진실은 그들이 처음에 그린 것과 달랐다. 그 길을 가가에 의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 역시 가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돌아가신 외삼촌 가가 다케마사의 3주기 역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의무라고. 


#3. 공식은 바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잠시 수학 선생이었던 가가는 말했다. 공식을 기억하면 여러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에 잘못 기억하면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식을 바르게 기억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왜 XX가 QQ를 칼로 찌르고도 자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그건 당신이 그 아이들에게 잘못된 길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가면 다 해결된다고 말이지. 당신은 그렇게 가르쳤어.” 

  

  가가의 말은 폐부를 찌른다. 

  2018년을 사는 우리는 물론이고 여전히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피해의식이 남은 일본 사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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