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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Feb 13. 2018

[달.쓰.반] 72편/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마음산책/2005년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72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다른 해보다도 눈이 많이 내렸던 것 같다.

추운 날씨와 빈번하게 내리는 눈이 지금,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 올림픽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방해가 될까?

며칠 전 창 밖으로 휘날리는 눈을 내다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한 권의 책을 떠올렸다.

바로, 이렇게 첫 문장을 시작하는 페터 회의 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얼어붙을 듯 춥다. 여느 때와 다르게 영하 18도다.

그리고 눈이 내리고 있다. 더이상 내 모국어라 할 수 없는 언어로 말하자면,

이 눈은 카니크다. 커다랗고, 거의 무게 없는 덩어리가 되어 내리는 결정체가 흰 서리로 부서져

땅을 한 켜 뒤덮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스밀라는 37세 독신 여성이면서, 아마추어 탐정이다.

성격은 냉소적이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인간에 대한 온정을 잃지 않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덴마크인이면서 동시에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던 그린란드인이기도 한데,

이러한 그녀의 이중적인 정체성이 이 책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다.

                                    

눈(雪)을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눈에서 읽은 내용을 묘사하는 것은

음악을 글로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들이 교회의 축복을 느끼는 방식으로 나는 고독을 느낀다.

고독은 내게 있어서 은혜의 불빛이다.

나는 내 방문을 닫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스밀라는 눈 쌓인 옥상에서 추락한 한 소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코펜하겐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어린 소년이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경찰은 단순한 실족사로 처리한다.

하지만 스밀라는 소년이 눈 위에 남긴 발자국을 보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밀라가 사건을 파헤칠수록 소년의 죽음이

그린란드 탐사를 진행했던 '크로노스 호'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크로노스 호'에 탑승한 스밀라는 탐사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다보면 덴마크의 착취 속에 신음하는 그린란드 원주민들의 고통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 소설의 문장은 눈처럼 차갑지만,

동시에 스밀라의 소년에 대한 마음처럼 뜨겁다.


이제 곧 섣달 그믐이다 . 설이 지나면 겨우내 웅크리게 했던 매서운 한파도 풀릴까?

아직은 가시지 않은 추위를 차가운 온기를 간직한 문장들을 읽으며 녹여본다.



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냉담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긴장 할 수는 있겠지만 냉담해질 수는 없다. 삶의 본질은 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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