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란 장편소설/자음과 모음/2014
새책과 헌책을 골라 읽는 주말의 어린이, 청소년 도서 리뷰 No. 21
서울역. 지금 나에겐 일상이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지가는 길목이다.
전국의 여러 곳으로 출장을 다니던 시절에는
기차에서 서울역이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비록 잠깐의 떠남이었을지라도,
낯선 타지에서 익숙한 나의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집 만큼이나 자주 보게 되는 지금의 서울역은
그때 만큼의 감흥을 내게 주진 못한다.
뭐든지 일상이 되면 그런 법이니까.
가끔, 분주하게 트렁크를 끌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걸음을 멈춘다기보다는 흠칫 놀라며,
주저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몇번 출구를 조심하라는 말, 특히 그곳에 가면 많다는 말.
서울역이 일상의 공간이 되기 전, 들었던 우려의 목소리들.
소설 속 콩고스 백화점은 지금은 롯데 아울렛이 되었다.
점심을 먹은 뒤 , 혹은 선선해진 어느 저녁날
가끔 서울로에 올라 내려다보면
저 너머로 보이는 광장들.
그 광장의 한 귀퉁이에 어쩌면 소설 속 귀차니 아줌마 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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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응.
후회해요? 광장에 나와 사는 거?
응. 아니.
무슨 뜻이에요?
다 귀찮아.
난 이제 가야겠어요.
벌써?
형이 와 있을지 몰라요.
귀찮아.
귀차니 아줌마와 내 대화는 하면 할수록
이런 꼴이 되었다.
그래서 끝에 가서는 결국 둘 다 웃게 되고 말았다.
뭐,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소설 속 나는, 형을
형은 아이언맨을 기다린다.
그들은 떠났지만,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서울역은 그런 공간이니까.
기다림, 그 자체인 공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