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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Jan 06. 2019

[달.쓰.반] 83편/ 영화 <아쿠아맨> (스포주의)

감독 제임스 완/ 출연 제이슨 모모아, 앰버 허드, 니콜 키드먼 外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83

※ 주의 : 이 리뷰에는 영화 <아쿠아맨>의 주요 장면 및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새해 첫 주말, 영화 <아쿠아맨>을 보았다.


원래는 <아쿠아맨>을 극장에서 볼 계획이 전혀 없었다.

DC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선택한 것이 문제였을지 모르나

히어로  영화니 기본은 하겠지, 라며

개봉 당시 데이트 무비로 고른

<배트맨 vs 슈퍼맨>나 <저스티스 리그> 는 

보다가 어느새

극장에서 잠이 들고야 말았다.

(두 영화 모두 아쿠아맨이 나왔다는데, 기억조차 없다)

내가 보자고 해놓고, 잠들어버려서 좀 민망했는데

옆에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히어로 무비를 보는데 이렇게 잠이 들 수가 있구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극장에서 재미있게 본 터라 당황스러웠다.

(배트맨 비긴즈는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dc 영화는 서로 결이 다른 작품인가보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는 놀란 감독의 영화라고 생각하자, 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아쿠아맨>은 나처럼 이제 dc영화라면, 응 안 봐, 라고자동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 관객들의 마음을 붙잡는 영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속는셈 치고 다시 한번 극장에 가보기로 했다.


 

<배트맨 vs 슈퍼맨>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던, 그 '엄마 타령'

<아쿠아맨>에서도 또 시작되나 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니콜키드먼이 주인공의 엄마다.

시작부터 니콜 키드먼의 미모에 빨려들었다.

여주인공 메라도 등장씬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고,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자 해파리 드레스를 너울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구해주는 박력이라니!

<아쿠아맨>의 스토리는 간결하다.

흔히 알려진 영웅 서사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간다.

(아서왕의 전설을 차용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아쿠아맨의 이름도 아서다)

뭐 보다보면 <라이언 킹>도 생각나고, <토르>도 생각나고, <블랙팬서>도 생각나고

생각나는 영화 많다.  스카, 로키, 킬 몽거와

<아쿠아맨>의 옴은 포지션이 비슷하다.

그런데 신화나 고전문학에 원형을 두고 있는 이런 히어로 무비들은  구조나 인물 설정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는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고. 어쨌든 나는 주인공이 삼지창을 얻는 과정도 납득을 했다. 음,  떡밥 깔아놓은 거에 비해서는 너무 쉽게 얻네? 라는 생각을 잠깐 하긴 했지만 이런 영웅담에서 삼지창을 뽑을 사람은 결국 주인공 밖에 없지.

영웅담의 주인공은  언제나 태어날 때부터 '선택'받은 단 하나의 사람이니까. 그리고 굳이 영화 내적의 논리를 찾자면 아서는 육지인과 아틀란티스인의 혼혈이고 두 세계를 잇는 다리니까. )

어쨌든, 나는 이런 단순한 스토리 라인이 나쁘지 않았다.

괜히 트라우마를 심각하게 끌어들이고, 빌런한테 주인공을 능가하는 서사 부여하고..

(물론, 히어로 무비에서 이런 장치를 쓰지 말라는 법 없고, 감독이 능숙하게 촘촘하게

잘 다루면 마스터피스(이미 그런 사례가 있기도 하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설프게 흉내낼 거라면 차라리 건들지 않는 게 낫다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어설픈 장치가 없어서 좋았다.

(아쿠아맨도 물론 트라우마가 없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심각하게 다루진 않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탄탄한 이야기 구조나 캐릭터의 당위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최소한 히어로 무비의 기본적인재미는 있다고 생각하므로 호불호를 따지자면 호에 가깝다.

그리고 스토리 라인은 뻔한 영웅 이야기지만

몇몇 장면에선 기존 영화들과 다른 점도 있었다.

아쿠아맨이 블랙 만타 아버지를

구해주지 않고 버리고 가는 장면이라든가

옴이 감정의 동요없이 자신의 약혼녀인 메라를

반역자로 처단하라고 하는 장면 등등

(주인공을 비롯한 아쿠아맨의 인물들이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벌이는 행동들이 개연성 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주인공들이 심각하게 고뇌하는 척 해도, 어차피 개연성 말아먹은 전개로 이어지는

영화들도 많은지라... )

이 영화의 장점은, 스토리 라인이라기보다는 풍성한 시각효과일 것이다.

(이것이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은 이유다. 아이맥스나 3D 영화관에서 보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수중 전투씬이나

고대 아틀란티스 대륙을 묘사하는 장면도 좋았고

때로는 장엄한 우주처럼 신비롭고  때로는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심해 생물로

공포심을 자극 하는 연출도 좋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감독이 공포영화에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공포 영화는 거의 못보는 편인데,  영화 분위기가 공포스럽게 바뀌는 트렌치 왕국씬에서도

깜짝 놀라 비명이 새어나올 정도의 장면은 다행히 없었다. 장면 전환도 생각보다는 빨리 된 것 같다)

쿠키 영상은 1개 있었는데, 아쿠아맨의 후속편에 관한 떡밥 같다른 DC 영화와의 연결성이 크게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견해다.

이 영화가 현재 흥행 중이라고 하는데,  크리스마스나 연말, 연초에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 딱 적당한 스케일의 팝콘 무비다.

여름에 개봉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이 영화의 새로운 점이라면, 영화의 홍보 카피처럼 히어로의 무대가 수중이라는 것?

7개의 바다 왕국(아틀란타, 브라인, 피셔맨, 제벨, 트렌치, 데저터, 더 로스트네이션) 등

각각 개성적인 장면으로 연출되는데,

(로스트네이션은 작중에서 한번 정도 언급 될 뿐

그 모습이 제대로 나오진 않았는데

후속편에서 언젠가 다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 이색적인 세계 곳곳을 누비는 재미도 쏠쏠했다.

사막 장면에서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도 생각났다.

적어도 아쿠아맨은 DC 영화라면, 응 안 봐, 라고 했던 나의 자동거부반응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것이 감독의 힘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 모르겠지만.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라고는 <쏘우> 영화 딱 한 편만을 보았을 뿐이라

감독의 연출 능력에 대해서 말할 입장은 아니다.)

어쨌든 DC 영화인 <아쿠아맨>을 보면서

극장에서 단 한번도 졸지 않았다는 것은

내겐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뭐, 아틀라나와 메라 덕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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