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덴뉴] 28편 / 아몬드

손원평 / 창비/ 2017 3월 출간/창비청소년문학상 10회 수상작

by 이야기술사

새책과 헌책을 골라 읽는 주말의 어린이, 청소년 도서 리뷰 No. 28



머릿속에 있는 아몬드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낄 수 없다면?

나는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창비청소년문학상 10회 수상작인

<아몬드>를 읽으면서

선윤재의 곁에 심 박사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심박사와 윤재가 나누는 대화가 좋았다.


곤이가 너한테 제일 많이 한 일이 뭐지?

라는 심박사의 물음에


때린 거요.

라고 주저없이 대답하지만,


이윽고 찾아온 거요.

라고 대답하는 윤재.


사실, 곤이의 행동을

나로서는 다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감정불능증을 겪는 윤재가

모두가 괴물이라 부르는 곤이와 만나고,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감정을 느껴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책 속에서>


p.160

- 어려운 질문이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한테서 그런 질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굉장한 변화라고.

그러니까 노력을 해보자고 말이야.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데요? 타고난 머리의 문제라면요.

엄마가 시켜서 매일 아몬드도 먹었지만 아무 소용 없었어요.

-음, 글쎄. 아몬드를 먹는 대신 자극을 주는 건 조금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뇌라는 놈은 생각보다 멍청하거든.

편도체가 작게 태어났지만 노력을 통해 가짜 감정이라도 자꾸자꾸 만들다 보면

뇌가 그걸 진짜 감정으로 인식할지도 모른다는 게 심박사의 말이었다.

그러면 편도체의 크기나 활성화에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게 조금은 쉬워질지도 모른다고.


p.163~164

-그러니까 네가 알고 싶은 게 정확히 뭐지? 곤이가 네 앞에서 그런 짓을 한 이유?

아니면 그때 곤이가 느꼈을 감정?

-글쎄요. 둘 다 라고 해 두죠.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곤이는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구나.

-친구.

내가 의미 없이 되뇌었다.

-친구가 되고 싶을 때 눈앞에서 나비를 찢어 죽이기도 하나요?

심 박사는 두 손을 깍지 꼇다.

-그건 아니지. 아무튼 네 앞에서 나비를 죽이고 나서 그애는 자손심이 많이 상한 것 같다.

-나비를 죽여 놓고 자존심은 왜 상했을까요.

박사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재빨리 덧붙였다.

-저를 이해시키는 게 쉽진 않으실 거예요.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단순하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자, 핵심만 말하마. 그 앤 너한테 관심이 많다.

널 알고 싶어 하고, 또 너와 같은 느낌을 느끼고 싶어 해. 그런데 얘기를 들어 보니

늘 그쪽에서 네게 다가간 것 같다. 한 번쯤 네가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어떻게요?


p.248

톡. 내 얼굴 위에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뜨겁다. 델 만큼.

그 순간 가슴 한가운데서 뭔가가 탁, 하고 터졌다.

이상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아니, 밀려드는 게 아니라 밀려 나갔다.

몸속 어딘가에 존재하던 둑이 터졌다. 울컥. 내 안의 무언가가 영원히 부서졌다.

-느껴져.

내가 속삭였다. 그것의 이름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외로움인지

아픔인지, 아니면 두려움이었는지 환희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무언가를 느꼈을 뿐이다. 구역질이 났다. 떨쳐 내소 깊은 역겨움이 밀려왔다.

그런데도 멋진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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