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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Oct 16. 2020

[SF를 찾아서] 10편/SF8 <인간증명>과 원작소설

 인간증명: 2020.10.9 MBC 방영, 원작:이루카,독립의 오단계

그때그때 생각나면 찾아오는 비정기적 SF 장르 리뷰 No.10

※ 주의 : 이 리뷰에는 현재 웨이브(https://www.wavve.com)에서 서비스중인 

SF8 <인간증명> 및 원작소설 <독립의 오단계>의 주요내용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www.imbc.com/broad/tv/drama/sf8/photo/index.html?list_id=2626376


지난주 10월 9일, 문소리와 장유상 주연의 <인간증명>을 끝으로 

매주 금요일 MBC에서 방영하던 시네마틱드라마 SF8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SF8의 작품들은 OTT 플램폼인 웨이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

SF8은 국내의 SF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로, 

유수의 영화감독들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SF8 시리즈의 8개의 드라마 중에서

내가  TV에서 본방으로 보았던 작품은

김의석 감독의 <인간증명> 한편 뿐이었다.

이유는, 문소리 배우에 대한 기대감과

그리고 원작소설에 대한 반가움 때문이었다.

제2회 과학문학상 수상 작품집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독립의 오단계>라는 작품이 문소리 배우를 만나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매우 많은 기대를 했다.

<죄많은 소녀>를 연출했다는 김의석 감독은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므로 

감독에 대한 판단은

드라마가 끝난 다음에 하기로 유보했다.


결론은, 

다음 작품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감독이라는 것.

물론 이 한편만으로 감독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내리는 것은

편협한 시각일 수도 있고, 

장르의 특성상 강조된 영화적인 연출기법과 상징을

미처 몰라본 자의  무지의 소치일 수도 있지만, 

한마디로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갔다.


공중파에서 금요일 밤에 방영을 하긴 했어도 

많은 시청자를 기대하고 만든 드라마는 아니었겠으나

드라마가 끝나고 

저게 끝이야?

도대체 무슨 내용이야?

라고 묻는 함께 시청한 사람들의 

물음에 일일이 대답하기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왜냐면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루카 작가의 원작 소설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각색이 반드시 원작의 줄기를 똑같이 따라가야 한다고 믿는 편도 아니며,

원작을 뛰어넘는 각색과 연출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단지,  원작의 소재나 모티프를 차용했을 뿐

각색이란 과정을 거쳐 영화나 드라마 혹은

다른 무엇의 장르가 되었다면 그것은 각각 독립적인 별개의 작품일 뿐이다.


그래서, <인간증명>이 원작 소설에서 어떤 모티프만 가져왔다고 

이 드라마의 완성도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


단지, 드라마 자체가 이해가 안되었을 뿐.

그리하여 오랜만에 집에 있는 <독립의 오단계> 내용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원작 소설이 드라마의 이해에 조금은 도움이 될까 하여.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작품집에 수록된 

<독립의 오단계>의 초반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연행이라니요?"

"살인 혐의예요."

"살인?"

(중략)


"전에 이야기 했지? 지금 상황이 그래.

생각보다 '그 여자'가 빨리 움직인 모양이야."

그러면서도 정작 그 '여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는다.


법정에서 선 그 여자,

저는 아들을 잃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여자, 가혜라.

소설 속에서도, 드라마 속에서도.

그녀의 이 대사는 같다.


하지만, 문소리가 연기하는 가혜라는 

소설 속 의 '그 여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드라마의 결말 부분에 이르면

가혜라는 아들 김영인을 죽였다고 살인죄로 법정에 기소된,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어. 영인이를 기억해야 되고, 또, 너를 받아들여야 되니까..."


나를 죽여달라고 했다고요.

아들의 죽음은 

아들이 원했던 일이었다고, 


내(아들 김영인)가 없어야만, 내(안드로이드)가 

나(자유의지임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임을 증명할 수 있는 

이 고통을 아느냐고 

이제는 아들의 흔적이 소멸된,

아들과 똑같은 모습의 

안드로이드와 대화를 나눈 뒤,

가혜라는 기억을 지우고, 

얼굴도 조금 바꾸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그 기억마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 후 가혜라는

진심으로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인 것 같다.


이제 안드로이드에게서, 

진짜 아들의 생체 데이터는 없기 때문에, 

더이상 김영인이 아니므로.

김영인을 대체 하는 대체물이 아닌, 

또 다른 아들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된 건 

오로지 문소리 배우의 표정 연기를 따라 

드라마를 되짚어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드라마를 100% 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틀린 해석일 수도 있지만)



소설 속에서, 

안드로이드인 전자인간 가재민은

가혜라의 아들인 인간 가재민이 그랬던 것처럼

가혜라가 만드는 세상을 거부하겠다고 말한다.


소설 속의 가혜라가 만드는 세상은

기계의 통제권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기계는 인간을 위한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세계이다.


소설 속의 안드로이드인 전자인간 가재민은

드라마 속 안드로이드인 김영인과도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드라 속 안드로이드 김영인은 

인간 김영인에게 짓눌린 신경과민 상태로 보이기도 한다.

유형화하기는 좀 그렇지만, 

햄릿형 인간이랄까.


드라마 속 안드로이드 김영인이 계속 

자신의 정체성에

계속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라면, 

소설 속 전자인간 가재민은

자신의 이름을 오단계로 직접 지으며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권리 투쟁을 위해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낸다.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소설의 주제의식은

한번쯤 되새겨볼만한 가치가 있는 메세지들이었다.


다만, 원작 소설의 서술이 친절한데 반하여

인물 간의 대화를 최대한 압축하고, 

명암 대비 등 영상미로 내면 묘사를 

진행해나가는 드라마는

내 기준에서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실험의식도 좋지만,

국내 SF 소설이 여느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조금은 더 대중적인 스토리로

드라마가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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