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들’에 대한 네 가지 시선 1.
작품은 ‘카스미’의 딸 ‘유카’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사건의 발생인 것이다. 사건이 일어났으니 다음은 자연스럽게 아이 찾기로 이어질 것이다. 누가? 왜? 어떻게? 아이를 데려갔을까? 혹은 죽인 것일까? (‘카스미’에게는 미안하지만 실종보다 먼저 든 생각은 살해였다.) 나는 답답한 마음을 누르며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그 답을 알려 줄 등장인물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나오지 않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장편 소설에서 200페이지가 다 되도록 ‘유카’를 찾아 줄 형사도 탐정도 등장하지 않았다. 아이 엄마인 카스미의 답답한 고군분투와 그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 뿐이었다.
이야기는 낮은 하늘을 닮았다.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 흐리고 어둡지만 컴컴하지는 않은 하늘. 그 이야기에 빠지면서도 나는 조바심이 났다. 도대체 아이는 누가 찾을 것인가? 아니 범인은 누구인가? 시간은 흐르고 ‘유카’의 존재는 점점 더 불투명해져 갔다. 느리고 꼼꼼하게 흐르던 시간. 소설은 174페이지에 ‘형사’를 등장시켰다. 유능하고 젊은 형사 ‘우쓰미’. 하지만 말기 암 환자였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직장에는 사표를 냈다. 자고 나면 살이 빠졌고 고통은 더해갔다.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우쓰미가 TV에서 실종 아이 특집 방송을 보고 카스미의 아이를 찾아 주고 싶다는 결심을 했을 때는 괜찮았다. 사표를 냈다지만 우쓰미는 유능한 형사라고 했다.
카스미와 우쓰미가 만났다. 바람 부는 홋카이도에서 4년 동안 아무런 단서도 흔적도 없는 유카를 찾기 위해. 특집 방송 중 제보 전화가 있었다. 9살 정도로 보이는 ‘유카’라는 이름의 아이를 보았다는 제보. 확인 결과 아이의 이름은 ‘유타카’였고 중학교 남자아이였다. 다음은? 유능한 형사였다는 우쓰미는 계속 아프기만 할 뿐이다. 카스미는 남편과 헤어지고 우쓰미를 간호한다. 단서도 없이 유카가 실종된 별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 그곳에서 유카 실종 당시 근처에 있었던 사람들을 만난다. 4년 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알리바이는 모두 확인되었다. 새로운 증거도 용의자도 없다.
우쓰미는 지쳐 별장 근처 호숫가에 누웠다. ‘유카’는 실종 당일 살해되어 차가운 호수 속에 던져졌다. 범인은 별장지의 이즈미. ‘그래 죽었을 줄 알았어.’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미국 FBI의 통계에 따르면 유괴 살인 사건의 75%가 유괴당한 지 3시간 이내에 살인이 이루어진다.) 고 했다.) 그러나 이건 ‘우쓰미’의 꿈이었다.
아무런 수확도 없이 두 사람은 마지막 바람으로 우쓰미의 고향으로 향한다. 우쓰미가 가출한 지 20년 만의 귀향이었다. 유카 실종 사건은 카스미의 남편이 부인 몰래 카스미 양친에게 연락해 벌인 일이었다. 가출하고서 단 한 번도 부모님께 연락하지 않은 무정한 딸 카스미. 카스미의 모친은 손녀딸 유카를 데려다 키우고 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동 실종 사건에서 근친 또는 지인 등 아는 사람에 의한 범죄가 절반을 넘는다.)는 통계 결과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것은 카스미의 꿈이었다. ‘이런.’ 나는 이제 당혹스러움을 넘어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미스터리 소설은 처음이었다. 칼질도 총질도 피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누가? 왜? 어떻게? 아이가 사라진 것인지 죽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뛰어난 추리도 예리한 수사도 나오지 않는다. 허를 찌르는 반전? 없다.
그저 아이를 잃은 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 뿐이다. 이 작품은 그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잃어버린 ‘아이’를 둘러싼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정말 ‘유카’는 어떻게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