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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Jun 20. 2016

[책을 빌리다] 2편.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한강|창비

우리동네 도서관에는 어떤 책이 인기가 있을까?

도서관 대출베스트에 속한 책을 읽는, 월요일의 리뷰


<채식주의자>는 2016년 5월 한달동안 안성시립도서관 등의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많이 대출한 책입니다.


(스포주의)     


이 책은 2007년도에 출간된 소설집이지만

최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을 하고 다시 이슈가 되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0517201323519     


더불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 불꽃, 총 세 편의 소설이 실려있으며

각 소설의 화자는 달라지나 이야기는 이어진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주인공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으며

몽고반점은 화자가 영혜의 형부로 넘어간다. 형부가 영혜의 몽고반점을 사진으로 찍고자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나무 불꽃에서는 몽고반점에서 영혜와 형부의 잘못된(?) 행위를 인혜가 보게 된 후에 인혜의 이혼, 영혜의 정신병원치료 및 죽음을 그려낸다.


화자는 달라지나, 세편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인공은 영혜이다.

어렸을 적 키우던 강아지를 죽이는 모습을 보고 생긴 트라우마가

결혼을 한 후, 꿈을 통해 발현이 된다. 


처음으로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는 것으로 트라우마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바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처음에는 남편의 반대였으며 이어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 대면한다.

아버지는 영혜가 갖게 된 트라우마의 가해자격 이였으며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영혜는 아버지의 폭력에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고 하는 자해의 모습으로 맞선다.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두손 두발을 들게 된다.

그리고 남편과 이혼도 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영혜는 채식을 하는 것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방법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영혜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형부의 도움으로 ‘식물’이 되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형부는 영혜의 엉덩이에 있는 몽고반점에 흑심을 품으며

각자 다른 모습으로 욕망을 해소한다.

형부는 성욕을, 영혜는 속죄의 마음을 담아 온 몸에 식물을 그린다.

영혜는 식물을 그림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지만,

형부와 처제의 관계이기에 이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인혜에게는 다분히 변태적인 성행위를 들킴으로써 끝이 난다.


그 결과 인혜는 이혼을 하고 영혜와 형부는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형부는 소송을 통해 정신병원에서 나오게 되고 영혜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있기를 원한다.

그 곳에서 영혜는 자신의 몸에 식물을 그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가 식물이 되는 것을 택한다.

식물이 되었기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구나무만 선다.

그리고, 인혜의 말대로 모든 아픔을 내려놓고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이 소설은 영혜의 삶을 통해 폭력을 말하고 있다.

유년시절의 상처로 인해 일그러진 영혜의 마음이 어디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아버지, 남편, 형부에게서 반복되는 폭력을 경험한다.

그러나 형부만큼은 ‘예술’을 통해 폭력적이지만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고

영혜는 자정능력을 가진 식물을 꿈꾸는 것으로 스스로 해결하고자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난주에 읽었던 <미움받을 용기>가 떠올랐다.

아들러가 반대했던 프로이드의 ‘트라우마’가 이 소설을 관통하는 사건의 원인이 된다.

현실의 모습과는 달리 인과관계가 뚜렷해야하는 소설의 특성상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트라우마’는 소설의 매력적인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아들러의 심리학도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현실을 벗어날 힘은 스스로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영혜는 아버지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졌지만, 식물을 꿈꾸는 것으로 트라우마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영혜는 동물이지 식물이 아니기에 결말은 죽음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몽고반점>에서 온 몸에 식물을 그린 영혜의 알몸이지 않을까.     


영혜는 결국은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영혜의 죽음을 지켜보는 인혜의 마지막 말이 큰 울림을 준다.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221쪽)     

다소 잔인하고 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영혜의 상처를 이해하고 그녀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의 아픔과 치유에의 의지, 그리고 식물을 원하는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 상상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전시되어 있는 <채식주의자> 외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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